중국, 세계 1위 과학대국 '가시권'…일본 추락·한국 정체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중국이 자연과학 논문의 양 뿐 아니라 질에서도 처음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과학대국의 등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일본의 추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성과도 성장 정체가 두드러졌다.

11일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중국은 '상위 10% 주목 논문'을 연 평균 4만219건(점유율 24.8%)씩 발표해 1위에 올랐다. 3만7124(22.9%)건에 그친 미국을 처음 앞섰다. 미국의 주목 논문이 2008년 이후 3%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5.1배 늘었다.

상위 10% 주목 논문은 주요 논문에 인용되거나 유명 학술지에 발표되는 빈도가 상위 10% 이내인 논문을 말한다.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본은 과학 논문 수와 특허 출원 수를 한 나라의 기술 경쟁력과 연구개발 성과를 측정하는 기본 지표로 보고 해마다 경쟁국의 현황을 집계한다. 매년 발표되는 과학 논문과 특허 출원의 숫자가 들쑥날쑥한 점을 감안해 최근 3년간 평균으로 순위를 매긴다.

전체 논문 수는 이미 지난해 조사(2016~2018년)에서 중국이 35만3174건으로 28만5717건의 미국을 앞섰다.

상위 10% 주목 논문의 분야별로도 중국은 재료과학, 화학, 공학, 계산기·수학, 환경·지구과학 등 5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재료과학(48.4%)과 화학(39.1%), 공학(37.3%)의 점유율은 30%를 훌쩍 넘었다. 미국은 기초생명과학, 임상의학, 물리학 등 3개 분야에서 1위를 유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학술연구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 미중 산업경쟁력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목도가 상위 1% 이내인 '최고 논문' 분야에서도 중국은 4046건(25.0%)으로 4413건(27.2%)의 미국을 바싹 추격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최고 논문 점유율이 41.9%인 반면 중국은 5.6%였었다.

중국이 급부상하는 사이 한국의 과학논문 경쟁력은 정체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09년 10위(2.7%)였던 논문수가 2017~2019년 10년 동안 7위(3.1%)로 세계단 오르는데 그쳤다.

상위 10 주목 논문과 최고 논문 순위도 10년새 14위에서 12위로 순위 변화가 크지 않았다. 점유율 또한 2~3%에 머물러 세계 최고 수준과는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전기공학과 정보통신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올해도 추락했다. 1997~1999년까지 세계 2위(8.8%)의 '논문 대국'이었던 일본의 과학논문 숫자는 2007~2009년 3위(6.3%), 2017~2019년 4위(4.1%)로 떨어졌다. 특히 주목 논문은 5위(4.3%)에서 10위(2.3%)로, 최고 논문은 7위(3.4%)에서 9위(2.0%)로 밀려났다.

중국이 세계 최고 과학기술 대국을 넘보는 것은 막대한 자금력과 연구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말 중국의 연구인력은 210만9000명으로 1년새 13% 늘었다. 미국은 155만명, 일본은 68만2000명이었다.

중국은 2019년 54조5000억엔을 연구개발비(R&D)로 쏟아부었다. 1년새 12.8%, 10년새 두배가 늘었다. 미국의 연구개발비는 68조엔으로 여전히 1위지만 증가율은 8.2%에 그쳤다.

한국의 연구개발비는 10조6000억엔으로 1년전보다 3.4% 증가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52%로 이스라엘(4.85%)에 이어 2위였다. 일본(3.51%)이 3위였고 미국(2.95%)과 중국(2.14%)은 각각 10위와 14위였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