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다우와 S&P 500 지수는 각각 0.04%, 0.1%의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22% 상승세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우는 0.46%, S&P 500 지수는 0.1% 올라 각각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마감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49% 떨어진 채 거래를 끝냈습니다.

주요 지수의 경로가 바뀐 건 오전 11시 상원에서의 인프라법안 통과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원은 이날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쳤고 69 대 30으로 통과됐습니다. 민주당 의원 50명은 모두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도 19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초당적으로 논의해서 만든 법안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에 가세했습니다.

이 법안엔 55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투자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도로와 교량 1100억 달러 △철도 660억 달러 △교통 시스템 400억 달러 등이 쓰입니다. 또 5세대(5G) 광대역망 접속 지원 등에도 650억 달러를 투입합니다.
인프라딜, '유동성 정점' 논란 속 새 돈줄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프라 법안이 약간의 부양 효과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규 지출액이 5500억 달러에 불과한 만큼 단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란 얘기입니다. 5500억 달러가 매우 큰 돈이긴 하지만, 작년부터 미 의회가 팬데믹 대응에 쏟아부은 액수가 6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탓입니다. 미국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0.5%에 미치지 못하지요. 특히 이 돈도 2022년부터 5~10년간 나뉘어 단계적으로 집행됩니다. 고용과 수요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다만 인프라 투자를 통해 도로와 항만, 광대역망 등이 개선될 경우 미국 경제를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법안이 미국의 GDP 증가율을 내년 약 0.2% 포인트, 2023년 0.3% 포인트를 높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이 인프라 법안은 2025년까지 65만 개 일자리를 추가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분석 속에 철강, 금속, 시멘트 등 소재주와 에너지주 등 인프라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면서 다우와 S&P 500 지수가 이날 시장을 이끈 것입니다. 철강회사 누코는 9.58%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리튬아메리카스는 11.05% 폭등했습니다. 알코아 8.24%, US스틸 4.74% 상승했습니다.
인프라딜, '유동성 정점' 논란 속 새 돈줄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날 금리도 올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전 11시께 상원 통과 소식이 나온 직후 연 1.353%까지 상승했습니다. 한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인해 미국의 연방 적자 규모가 향후 10년간 256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화당 반대로 세금 인상 방안이 포함되지 못한 탓입니다. 이 만큼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될 수밖에 없지요. 다음날(11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인프라딜, '유동성 정점' 논란 속 새 돈줄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런 금리 상승은 기술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애플(-0.34%) 마이크로소프트(-0.66%) 아마존(-0.63%) 등 거대 기술주들도 모두 내렸습니다.

이달 들어 미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데 대해 한 월가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의 일반계좌(TGA)에서 더 이상 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무부는 작년 말 TGA에 쌓여있던 1조6000억 달러를 계속 써서 지난달 말 4600억 달러까지 낮춰놓았습니다. 올해 들어 7개월간 TGA를 통해서만 매달 1600억 달러를 풀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말로 부채한도 유예가 끝난 만큼, 재무부는 TGA 계좌에 쌓인 돈을 아껴 쓸 것입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돈은 단기채를 발행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재무부가 이제 유동성을 빨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인프라딜, '유동성 정점' 논란 속 새 돈줄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날 상원을 통과한 초당파 인프라 법안이 발효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산을 넘어야합니다. 민주당은 도로 교량 등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교육 보육 빈곤퇴치 노인 의료보장 기후변화)에 투자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인프라 법안을 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법안을 더 중요시하고 있지요. 그래서 하원의 낸시 펠로시 의장은 두 가지 법안이 한꺼번에 오지 않으면 하원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초당파 법안만을 통과시키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오전 11시 초당파 법안 통과 직후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인프라 법안(소프트웨어)을 예산조정 절차(필리버스터 없이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절차)에 넣기 위한 초기 절차 표결을 벌여 50대 49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 소속 50명만이 찬성한 것이죠. 민주당은 이번 주 내로 예산조정 절차 시작을 위한 표결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공화당 일부 의원의 지지를 얻거나, 소속 의원 50명 가운데 단 한 표도 잃으면 안 됩니다.

공화당의 반발은 큽니다.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테네시)은 이날 민주당의 법안을 "사회주의의 관문"이자 "미국의 재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동조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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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도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등 중도파는 벌써 법안이 과도하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시네마 의원은 최근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법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밝혔으며, 맨친 의원은 이날 "이 법안이 화석연료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맨친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는 탄광 산업이 상단히 큰 곳입니다.

법안 규모가 크다는 건 높은 수준의 증세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금이 크게 올라간다면 애리조나,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성향이 있는 주에서 출마해야 하는 시네마, 맨친 의원 등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안 규모를 축소하려할 경우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좌파들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빈곤퇴치 등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 밖에 민주당의 조시 고트하이머 상원의원(뉴저지)은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민주당 법안과 함께 묶지 말고 단독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오는 9월 중순까지 대략적인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키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원이 9월 20일이면 휴회를 끝내고 다시 개회하기 때문입니다. 결의안은 예산안의 실제 통과에 앞서 개략적 규모와 항목, 처리 시한 등을 담은 일종의 지침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때가 진정한 협상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3조5000억 달러의 예산 확보를 위해 어떤 세금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 등 지출 분야뿐 아니라 수입원까지 확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급진파와 중도파가 함께 동의하는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뉴욕 금융시장의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만약 초당파 인프라 법안까지 더해 4조 달러가 넘는 초대형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상하원을 통과할 경우, 미국의 향후 성장률은 대폭 상향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 금리 상승을 촉발하겠지요. 뉴욕 증시에서는 경기순환주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규모 법안이 충분한 증세 없이 통과될 땐 금리가 폭등할 수 있습니다. 국채가 쏟아진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안정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직접 매입하겠다고 나서는 극단적 경우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마구 돈을 찍어내 써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MMT)까지 난무하는 세상이니까요. 월가 관계자는 "민주당 좌파들이 제롬 파월 의장 연임 대신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의장 임명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Fed의 돈을 마음대로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프라딜, '유동성 정점' 논란 속 새 돈줄 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날도 월스트리트저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팀은 대체로 파월 의장 연임을 지지하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셰로드 브라운(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등 좌파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어 다른 이가 임명될 수 있다"라고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만약 대대적 증세 방안이 포함될 경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가운데 지출과 증세의 세부 내용에 따라 시장 움직임이 달라질 것입니다. 월가는 손익을 따지느라 매우 바쁘겠지요.

대규모 증세, 초대형 인프라 법안의 통과는 단기적으로 민주당의 승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의회의 주도권을 공화당에 빼앗길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겁니다. 2023년부터는 재정 지출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