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반떼 N.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대차 아반떼 N.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루한 도시의 아스팔트를 나만의 서킷으로 바꿔줄 아반떼 N" 현대차가 내놓은 N 브랜드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실제 서킷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아반떼 N을 몰아봤다.

아반떼 N은 기존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바탕으로 고성능 전용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이다. 출력을 약간 올리는 데 그친 것은 아니다. 기존 차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출력을 내기에 강성 보강을 위한 리어 스티프 바가 추가됐을 정도다.

외관은 일반 아반떼에 비해 한층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가니쉬가 반광 블랙 색상으로 적용된 탓이다. 여기에 전면부를 관통하는 프론트립 스포일러로 공기역학을 개선했는데, 이보다는 레드 스트립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고 있는 아반떼 N. 사진=현대차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고 있는 아반떼 N. 사진=현대차
포인트가 되는 레드 스트립은 측면부로도 이어진다. 19인치 N 전용 알로이 휠과 붉은 색상의 N 전용 대용량 브레이크 캘리퍼도 스포티한 이미지에 일조한다.

후면부에는 없던 물건이 생겼다. 다운포스를 늘리기 위한 윙 타입 리어 스포일러가 순정으로 들어간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반광 블랙 색상이 적용된 전용 범퍼와 이를 관통하는 레드 스트립, 그 아래 듀얼 싱글 팁 머플러는 이 차량이 품은 성능을 짐작하게 해줬다.
아반떼 N 후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아반떼 N 후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내 구성은 기존 아반떼의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전용 스티어링 휠과 천연 가죽 시트 등을 적용했다. 때문에 실내가 검은색 계열로 구성돼 스티어링 휠에 달린 하늘색과 붉은색 '핫 키'의 주목도가 높았다. 또한 까맣기만 하다면 다소 지루했겠지만, 가죽과 스웨이드 등의 소재에서 오는 질감 차이가 이를 만회해준다. 옵션으로 스포츠 버킷 시트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킷에 들어가기 전 차량의 성능을 가볍게 체험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런치컨트롤을 사용해 엔진 출력을 끌어올린 뒤 급출발을 하고, 급제동을 하며 제동력을 확인했다. 라바콘을 지그재그로 피해 달리며 조향성능도 함께 살펴봤다.
스티어링 휠의 '핫 키'가 돋보이는 아반떼 N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스티어링 휠의 '핫 키'가 돋보이는 아반떼 N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아반떼 N은 2.0 터보 GDI 엔진으로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kgf·m를 발휘한다. NGS를 사용하면 최고출력은 290마력까지 상승한다. 이에 걸맞게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이르는 시간)도 5.3초에 불과하다. 쏘나타 N라인보다 1초 가까이 빠른 셈이다. 대용량 브레이크를 적용한 덕에 제동력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새로 도입된 'N 그린 컨트롤 시스템'에서 차량에 가해지는 중력가속도(지포스)와 브레이크압력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에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볍게 성능을 확인한 뒤 구불구불한 인제의 국도로 자리를 옮겼다. 서킷에서 경주만 할 차량은 아니기에, 일반 도로에서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고성능 차량들은 서스펜션 세팅 등이 단단하기에 과속방지턱이라도 넘으면 쿵덕대며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경우 운전하는 입장에서야 단단한 하체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지만, 후석 동승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슬라럼을 하는 아반뗴 N 모습. 사진=현대차
슬라럼을 하는 아반뗴 N 모습. 사진=현대차
아반떼 N은 주행모드에 따라 승차감이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에코, 노멀, 스포츠, N 모드로 총 4개 주행모드를 제공하는데, 에코와 노멀 승차감은 일반 아반떼와 차이가 없어 패밀리카로도 적합할 수준이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하체가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는데, 후석에 앉는다면 다소 불편할 정도였다. N 모드로 바꾸자 곳곳이 깨진 강원도 국도의 노면 상태가 그대로 전달됐다. 뒷좌석이라면 엉덩이가 얼얼할 수준이다.

서킷에 올라 N 모드를 켜자 팝콘 소리와 함께 뱅 사운드가 뿜어져 나왔다. 부밍음이 과하지 않다는 점도 흥을 돋구기 좋았다. 서킷에 오른 아반떼 N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이며 배기음으로 돋궈진 흥을 한층 돋궈줬다.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아반떼 N 모습. 사진=현대차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아반떼 N 모습. 사진=현대차
인제스피디움은 고저차와 급한 코너로 인해 차량에 많은 부하를 주는 서킷이지만, 아반떼 N은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직선 코스에서는 190km/h에 육박하는 속도를 가볍게 내기도 했다. 아반떼 N의 최고속도는 250km/h이기에 코스가 보다 길다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상 100km/h 이하로 속도를 줄이고 통과하는 8번 블라인드 코너를 120km/h를 약간 상회하는 속도로 돌아봤다. 여느 차량이었다면 전륜구동 차량의 특징이기도 한 언더스티어(목표에서 이탈해 바깥쪽으로 나가는 현상)가 발생했겠지만, 아반떼 N은 트랙을 놓치지 않고 속도를 더욱 높여줬다.
아반떼 N 엔진룸. 사진=현대차
아반떼 N 엔진룸. 사진=현대차
이 상황에서 발생한 횡 방향의 중력가속도(횡G)는 1.55로 기록됐다. 이와 관련해 서킷 주행을 선도한 인스트럭터는 "아반떼 N은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중심을 1cm 가량 낮추고 타이어도 245mm로 폭이 더 넓어져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반떼 N의 가격은 수동 모델이 3212만원, N DCT 모델이 3402만원이다.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오르는데, 이날 시승한 차량은 선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달아 3600만원대였는데, 일상 주행에서는 다소 불편한 스포츠 버킷 시트를 빼면 350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

아반떼인데 가격이 비싸다는 평도 일부 나오지만, 3000만원대 중반에 누릴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고성능 차량이 아반떼 N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기에 주행모드만 조절하면 일상적인 패밀리카 역할을 너끈히 수행한다는 점도 아반떼 N의 매력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