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물가가 향후 수개월간 계속 급등하겠지만 결국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건 사실이지만 통화정책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같은 인식이다.

옐런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달 정도의 짧은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정상 수준으로 다시 내려오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에 4.2%(작년 동기 대비) 뛰었던 미 물가는 5월 5.0%, 6월 5.4% 등으로 오름폭을 키워왔다. 6월 상승률은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였다.

다만 올해 3월 연 1.75%까지 치솟았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최근 연 1.3% 안팎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옐런 장관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척도인 국채 금리가 낮은 것은 물가 압력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장기간의 저금리와 수요 확대로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 대해선 “거품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생애 최초 구매자나 저소득층이 급등한 집값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같은 위험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의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도 “물가 오름세가 수개월간 지속하다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물가뿐만 아니라 고용 상황에서도 ‘상당한 추가 진전’을 확인할 때까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날 의회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Fed가 물가 및 집값 급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의원들도 파월 의장이 주도한 은행권 규제 완화를 비판했다. 다만 옐런 장관은 “Fed가 독립적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을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