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길거리에서 은행이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뱅킹을 활용하는 고객이 늘자 은행들이 지점을 잇따라 폐쇄하면서다. 코로나19 유행이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에 불을 붙였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간 등 미국 대형은행이 올해 상반기 폐쇄한 지점은 250곳이 넘는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금융업계는 전망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운영하던 웰스파고는 올해에만 154개 지점을 닫고 직원 6%를 감원했다. 올해 폐쇄한 지점 수는 웰스파고 전체 지점의 3%에 이른다. 마이클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그에 맞춰 직원과 지점을 조정했다”고 했다. 씨티그룹도 미국과 멕시코 아시아 등의 지점을 닫으며 세계 각국에서 운영하던 지점의 4%인 100곳을 폐쇄했다. JP모간도 전체의 1%인 40곳의 문을 닫았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였던 지점 수를 2019년부터 서서히 늘릴 계획이었다. 고객을 확보하는 데 대면접촉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JP모간과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2018~2019년 잇따라 지점 확대 계획을 내놨던 이유다. JP모간은 2019년 4분기 지점 수가 4년 만에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꿨다. 고강도 봉쇄 조치로 은행 방문이 어려워지자 온라인·모바일 뱅킹 사용이 급증했다. 금액이 크거나 대출이 필요한 고객들은 코로나19 이전엔 은행을 찾았지만 감염병이 확산한 뒤 발길을 줄였다. 올해 2분기 BoA 거래의 44%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2분기(47%)에 비하면 소폭 줄었지만 2019년 29%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지점 폐쇄가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은행들의 감원은 정치 이슈로까지 번졌다. 올해 2분기 BoA에서 줄어든 직원 수만 2500명에 달한다. 은행들이 지역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효율이 떨어지는 곳은 닫고 인력을 새로운 지역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