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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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1년이 지난 현재, 악화일로로 치닫을 것만 같았던 확산세는 완화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의 효과는 코로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 외에 그동안 침체됐던 경제와 금융 부문 회복 동력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백신접종 확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에서는 경제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확대가 금리상승을 이끌며 통화 시장에서도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실질인플레이션까지 미국에서 강화되며 이제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와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4.2%, 3.6%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점이 경제 주체들에게 강한 테이퍼링에 대한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미 옐런 재무장관도 대규모 재정정책에 의한 경기회복 속에 적절한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를 보다 강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역시도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화시장에서 왜 테이퍼링의 영향이 달러 강세를 이끌며 달러 대비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들의 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알려진 바와 같이 테이퍼링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적으로 실시한 자산 매입과 제로 수준 금리정책으로 투자은행들은 적은 조달 비용을 통해 해외투자를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에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경기회복 이상의 과열 신호로 인지됨에 따라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자산매입 축소와 통화긴축으로 대응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형성됐습니다. 이에 주요 투자은행들은 투자처였던 신흥국으로부터 달러 회수를 선제적으로 일으킴에 따라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됐고,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원화 등이 약세를 보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최근 소비자물가 지표가 상승했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은 작은 수준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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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을 양국 간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의 측면으로만 파악 했을 경우, 측정된 원화는 강세를 보여야 이론적으로 부합합니다. 하지만 환율이란 것이 양국 간 물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대외 거시금융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다 보니 최근 시장의 가장 큰 이슈인 테이퍼링 가능성에 의한 국가간 달러 자본 흐름에 방향성이 좌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테이퍼링과 관련해서 Fed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직후 유동성 공급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한 회사채와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위험자산도 모두 팔기로 결정하기로 한 점도 시장참가자들에게는 신호탄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플레이션 만으로 테이퍼링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에 테이퍼링 실행까지 여전히 불확실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미국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 측면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테이퍼링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는 보여집니다. 그러나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입니다. 여전히 들쭉날쭉한 고용상황으로 인해 Fed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통화시장 참가자들은 고용상황까지 포함한 모든 정보를 반영해서 테이퍼링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여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마도 정보효율성의 관점에서 테이퍼링의 주요 영향 변수들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요인이 상당한 개선을 보인 점만을 부각하며 테이퍼링 시행을 기대한 것 같습니다.

시장의 기대가 실제 결과와 달라질 경우 어떻게 될까요? 환율은 정확한 예측을 기대할 수 있는 정보의 반영 시점까지 단기구간에서 이전가격으로 빠르게 되돌림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급격하게 나타날 위험을 내재하게 됩니다. 원화 환율의 경우, 미국 기대인플레이션 급등 상황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이 가팔랐던 5월 중반 1135원대에서 Fed가 인플레이션 우려 를 불식하는 언급이 빈번했던 6월 초에 급격하게 1100원대 초반으로 환율이 떨어진 것이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환율 변수의 전망에 있어 다양한 정보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기대에 의한 예측은 꽤나 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국면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는 테이퍼링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함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을 불확실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에 수출입기업, 외국환 거래 기관 그리고 대규모 외환 거래를 하는 개인 고객들 입장에서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임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테이퍼링이 실제 실행되는 경우에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에 따른 부채위기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이후 새로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며 연이은 위기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흥국 부채위기 등의 위험이 도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방책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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