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최근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월말 저점 대비 6% 올랐고요, 선전성분지수는 10% 뛰었습니다. 위안화 강세 전망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5월 물가가 많이 올라서 증시를 압박했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중국 증시 시황과 수급 상황을 분석해 보고,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주(白酒·백주 또는 고량주) 주식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Q1. 최근 중국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요?
중국증시 외국인 순매수(북향자금) 추이. 둥팡차이푸
중국증시 외국인 순매수(북향자금) 추이. 둥팡차이푸
중국증시 외국인 순매수가 상반기도 끝나지 않은 6월 초에 이미 작년 한 해 전체 규모에 근접했습니다. 지난달 소개해 드렸던 금융정보업체 둥팡차이푸, 이스트머니닷컴에 따르면 올해 중국증시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6월10일 기준 2179억위안을 기록했습니다. 약 38조원입니다. 작년에는 전체 순매수가 2089억위안이었으니까 6개월도 안 돼서 작년 1년치를 달성한 겁니다. 지난 5월25일에는 2014년 홍콩 교차매매 시작 이후 하루 기준 역대 최대인 217억위안이 유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외국인 순매수는 본토 증시인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 그리고 홍콩거래소 간 교차매매 시스템을 통해서 들어온 외국인 자금만을 집계한 겁니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외국인적격투자자(QFII)의 순매수는 뺀 부분인데요, 교차매매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자격 조건이 까다로운 QFII보다는 홍콩 교차매매로 대부분 이동했기 때문에 이 부분만 봐도 충분히 대세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교차매매를 상하이와 홍콩은 후강퉁, 선전과 홍콩은 선강퉁이라고 부르고요, 홍콩에서 본토로 유입되는 자금을 북향자금, 본토에서 홍콩으로 가는 자금을 남향자금이라고 부릅니다.
북향자금 연간 최고 기록은 2019년 3517억위안이었습니다. 올해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간 최고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2. 중국 본토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뭐죠?
역내시장(상하이) 위안화 환율 추이. 인베스팅닷컴
역내시장(상하이) 위안화 환율 추이. 인베스팅닷컴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최근에는 위안화 강세를 많이 지목합니다. 위안화 강세라는 건 환율은 하락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환율이 1달러 7위안에서 6위안으로 내려갔다고 하면 같은 1달러로 살 수 있는 위안화는 줄어드는 거니까 위안화 강세 또는 위안화 절상이라고 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1달러를 7위안으로 바꿔서 7위안짜리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환율이 1달러 당 6위안으로 내려간다고 하면, 그 주식의 주가가 그대로 7위안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외국인 입장에서 7위안을 달러로 바꾸면 예전의 1달러가 아니라 약 1.15달러를 받게 됩니다. 주가가 그대로 있어도 이른바 환차익을 보게 되는 거죠.

지난해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빠르게 회복하면서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연구소들이 위안화 강세를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나 도이체방크는 올해 말 6위안대 초반을 예상했고요, 기관에 따라서는 5위안대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위안화 환율 추세를 보면 작년 5월 미중 갈등이 정점일 때 1달러 당 7.1위안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초 6.4위안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갔습니다. 위안화 강세가 계속된 거죠. 이후 미국 금리 상승에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6.5위안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환율 개입을 시사하면서 다시 조금 반등하고 있는데,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라는 약점을 잡히는 걸 상당히 경계합니다. 또 중국 정부는 환율 문제에서 갑작스런 변화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걸 방지하고자 하는 편이지 수출기업들을 위해서 무조건 환율을 높게 유지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Q3. 물가 상승은 악재로 보이는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5월 중국 PPI 상승률. 인베스팅닷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5월 중국 PPI 상승률. 인베스팅닷컴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 PPI 상승률이 9%로 나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시장 전망치는 8.5%였는데 이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중국 통계청은 5월에 국제 원유와 철광석 같은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데다가 중국 내 수요 회복까지 겹치면서 공산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벤치마크 중 하나인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선물 가격이 최근데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섰는데요. 2018년 10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처음입니다.

중국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 CPI도 5월에 1.3% 올라서 4월 0.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습니다. 지난달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제 수요보다 투기 세력이 조장한 부분이 크다면서 중국 내 원자재 업체 대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Q4. 중국 빅테크 규제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죠?
효미 지에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사진=피델리티
효미 지에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사진=피델리티
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에서 중국 소비재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최근 그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73억달러, 약 8조원을 운용하는 효미 지에라는 매니저고요, 작년에 중국펀드 가운데 상위 4%에 드는 수익률을 올려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지에 매니저는 지난 1월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일부 매도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두 종목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알리바바가 3조원대 벌금을 받는 과정에서 반독점 조사를 4개월 정도 받았고 텐센트와 메이퇀 같은 다른 빅테크들에 대한 조사는 그보다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견제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한 빅테크 주가가 20% 이상 빠졌는데, 이제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인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알리바바의 주가수익비율, PER이 현재 20배 안팎인데, 이건 최근 5년간 평균인 25배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진 것이고요. 텐센트의 PER도 31배로 2016년 이후 평균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해서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테크 주식 30종목을 묶어놓은 항셍테크인덱스라는 지수가 있는데, 이 테크인덱스의 PER이 35배라는 걸 감안하면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게 피델리티의 분석입니다.

Q5. 피델리티가 빅테크주와 함께 중국 소비재주를 주목하라고 했죠?

지에 매니저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안에 10대 종목 중에 바이주 주식인 마오타이와 우유 주식인 멍뉴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마오타이는 중국 술인 바이주, 백주의 대표주이자 상하이증시 대장주죠. 멍뉴는 이리산업에 이어서 중국 우유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는 기업인데, 프리미엄 제품에선 이리와 멍뉴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마오타이 주가는 지난달 초에 2000위안선이 깨지기도 했었는데요,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220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마오타이 주가를 놓고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긴 합니다.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PER이 지금 48배에 달한다는 게 그런 분석의 근거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피델리티의 지에 매니저는 마오타이 주식이 싸다는 평가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마오타이만큼 사업이 탄탄하면서 주가도 싼 주식이 있다면 당장 옮겨가겠지만, 현재로선 소비재 부문에서 그런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Q6. 마오타이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거라고 다시 강조했죠?
2200위안선을 회복한 마오타이 주가. 인베스팅닷컴
2200위안선을 회복한 마오타이 주가. 인베스팅닷컴
마오타이가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그렇게 밝혔습니다. 오는 10월에 현재 진행 중인 증설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5만6000t 규모를 갖추게 됩니다. 마오타이는 2018년에 2만t 이상의 확대 계획을 내놓으면서 그 이후엔 증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페이톈마오타이'같은 마오타이의 주력 제품은 모두 마오타이의 본고장인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이라는 마을에서 만듭니다. 마오타이진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나 수수같은 원재료의 양을 감안하면 1년에 5만6000t이 한계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마오타이의 주력인 페이톈은 제조 과정이 기본 5년 걸립니다. 지금 팔리는 건 2016년 이전에 제조에 착수했다는 얘깁니다. 마오타이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생산량을 3만t으로 유지했습니다. 중국인 소득이 올라가면서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이 한정돼 있으니 가격이 계속 뛰었고 이익률도 높아졌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마오타이가 증설을 멈추면 매출과 이익률이 다시 올라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7. 1분기 실적은 어땠나요?

마오타이의 1분기 실적도 괜찮았습니다. 매출은 280억위안, 약 4조8000억원이었고 순이익은 139억위안 약 2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순이익률 50%를 유지했고요. 마오타이는 작년 코로나19 시기에도 매출과 이익이 오히려 늘었는데, 올 1분기에도 작년 1분기에 비해 매출은 11%, 순이익은 6% 늘었습니다.

이 회사가 유통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직판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매상에 넘기는 매출은 1분기에 224억위안으로 작년 1분기와 비슷했습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에 직접 파는 매출은 47억위안으로 1.5배 커졌습니다.

직판 채널의 이익률이 20% 이상 높기도 합니다. 또 마오타이가 유통 과정에서 대리점들이 마진을 너무 많이 붙어서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직판 비중을 늘리면 마오타이 회사 측면에선 이익률을 높이면서 시장 가격은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Q8. 선전증시 1위 우량예 실적은 더 좋았죠?
300위안선 회복한 우량예 주가. 인베스팅닷컴
300위안선 회복한 우량예 주가. 인베스팅닷컴
우량예는 지난 1분기에 매출 243억위안, 약 약 4조2000억원에 순이익 93억위안, 약 1조6000억원을 올렸습니다. 순이익률은 40%를 달성했습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순이익 모두 20%씩 늘어났습니다.

마오타이와 비교하면 우량예가 이제 매출은 85%까지 따라왔고, 순이익도 70%에 육박합니다. 작년 실적을 보면 우량예가 마오타이에 비해 매출은 60%, 이익은 절반 정도였습니다. 1분기 실적이긴 하지만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주가도 오름세가 더 가파릅니다. 우량예 주가는 3월 중순 저점 이후 최근 고점인 지난 6월7일까지 25% 정도 올랐는데, 같은 기간 마오타이는 20% 정도 상승했습니다.

Q9. 바이주 주식이 최근 흐름이 좋았다고요.
둥팡차이푸의 바이주 테마 지수. 둥팡차이푸
둥팡차이푸의 바이주 테마 지수. 둥팡차이푸
둥팡차이푸가 독자적으로 내놓는 테마주 지수가 있습니다. 300여개 테마별로 지수를 산출하는데 바이주 테마 지수도 있습니다. 이 지수가 37개 바이주 주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 3월 중순 저점이 2000 안팎이었는데 최근 3000선까지 올라왔습니다. 세 달 만에 50% 오른 겁니다.

마오타이나 우량예같은 초대형 주식보다는 시가총액 1000억위안에서 5000억위안, 약 17조원에서 50조원 정도 하는 중견 바이주 기업들 주식이 더 많이 뛰었습니다.

중국에서 8대 명주에 속하는 바이주들이 대부분 증시에 상장돼 있는데요, 시가총액을 보면 산시펀주가 4000억위안, 루저우라오자오가 3800억위안, 양허가 3500억위안 정도 합니다.

이 세 종목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과 이익이 모두 작년 1분기에 비해 30~40%씩 커졌습니다. 이익률도 30% 이상 유지하고 있고요. 작년에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실적과 주가 모두 먼저 치고나갔는데, 이제 바이주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견급 바이주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는 상황입니다.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고평가라고 보시는 분들은 이런 중견급 바이주 주식을 한 번 살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