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중단…복숭아 열매 솎고 감자 캘 인력 없어 '발동동'
공무원·대학생 들녘 향하고, 생산적 일손봉사 확대해도 역부족

충북 옥천에서 1만6천여㎡(5천평)의 복숭아 농사를 짓는 장모씨는 요즘 마음이 급하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는 어른 손톱만큼 자란 복숭아 열매를 이미 솎아줬어야 하는데,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외국인 품삯도 하루 10만원…코로나로 더 악화된 농촌 인력난
예년 같았으면 7∼8명의 숙련된 인부가 달라붙어 닷새 정도면 일을 끝냈겠지만 요즈음에는 2∼3명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알이 제법 큰 열매를 남겨놓고 작은 것을 솎아내야 중요한 작업이다 보니, 일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를 무작정 데려다가 쓸 수도 없다.

장씨는 "(옥천읍에서) 청성면까지 50분가량 운전해 가서 일손을 구해 오는데,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아 열흘이 넘게 적과(摘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농번기를 맞아 하루하루가 바쁜데도 일손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농가는 이곳만이 아니다.

복숭아 농사를 많이 짓는 영동과 음성은 물론, 사과 산지로 유명한 충주·제천·보은에서도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외국인 품삯도 하루 10만원…코로나로 더 악화된 농촌 인력난
괴산에서는 다음 달 10일을 전후해 감자 수확이 이뤄지는데, 일일이 손으로 캐는 작업이어서 농가마다 일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고령화로 일손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입국 제한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도 원활지 않아서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7개 시·군의 농가 333곳이 3개월 취업형태로 입국하는 계절근로자 1천58명을 신청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단 1명도 받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인건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하루 6만∼8만원이던 남성 인건비는 1년새 10만원으로 뛰었다.

농작업에 따라 12만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의 빈 자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채우고 있다.

충북도와 시·군은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농가 2천604곳에 7만3천68명의 '생산적 일손봉사' 참여자를 투입했다.

1천505곳에 4만567명을 지원했던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0% 더 많다.

공무원들도 연일 과수원 등을 찾아 부족한 일손을 돕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 농가에 며칠씩 머무르며 농작업을 도울 수 없어 농촌 인력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인력 지원을 신청한 대부분의 농가에 봉사자들을 보내고 있지만 일손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충주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박모씨는 "작년에는 보조금 2만원에 자부담금 6만원을 더하면 한 사람을 쓸 수 있었는데 올해에는 2만원 더 오른 데다가 작업시간도 오후 6시가 아닌 5시까지로 단축됐다"고 토로했다.

농촌 고령화도 인력난 가중에 한몫했다.

영동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한 농장주는 "일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한 마을에 5∼6명은 됐는데 올해엔 몸이 아프다면서 용돈벌이를 거절하고 있고,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일 나가는 것을 막는 자녀도 있다"며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충주시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며 사과나무를 키우는 과수원에 인력을 지원하고 있고 대학생들의 봉사활동도 유도하고 있다.

충북도는 '생산적 일손 봉사'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이를 지자체가 아닌 정부 사업으로 추진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대학생 농촌인력지원단을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을 신청한 대학생들을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