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컬슨 메이저 최고령 우승 원동력은 '천재성+자기 관리+혁신'
만 51세 생일을 한 달 앞둔 24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을 제패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필 미컬슨(미국)은 "많은 연습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마지막 우승일지도 모른다"고도 덧붙였지만, 한 달 뒤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퍼즐을 맞출 것이라는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그는 마스터스, 디오픈, PGA챔피언십에서는 한 번 이상 우승했지만 아직 US오픈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스러져가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꿈을 되살린 미컬슨의 '회춘' 비법은 무엇일까.

먼저 그의 천재성을 꼽는다.

같은 시대를 뛴 타이거 우즈(미국)의 그늘에 가렸지만, 미컬슨의 재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대학 시절 그는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3차례 대학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90년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PGA투어가 자리를 잡은 현대 골프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미컬슨 이후에는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199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투어 노던 텔레콤 오픈 우승으로 이듬해 PGA투어에 직행한 미컬슨은 쇼트게임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타고난 감각으로 금세 강자의 대열에 올랐다.

25년 연속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머물렀고, 700주 넘게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늘 최정상급 선수로 군림한 것은 미컬슨의 천재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런 천재성도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발휘되기 힘들다.

미컬슨 메이저 최고령 우승 원동력은 '천재성+자기 관리+혁신'
미컬슨의 자기 관리는 이미 정평이 났다.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미컬슨은 몸 관리를 시작했다.

191㎝의 큰 키의 미컬슨은 30대 후반에는 몸무게가 100㎏이 훌쩍 넘었다.

그는 이미 30대 후반부터 건강과 경기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느꼈고,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몸을 바꾸기로 했다.

식단을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바꿨다.

좋아하던 햄버거 등 탄수화물 식품은 끊다시피 했다.

간헐적 단식도 한다.

식단 관리와 함께 강도 높은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 늘리기에 매달렸다.

매일 2시간가량은 체육관에서 역기와 씨름한다.

불룩한 배가 보였던 그는 몰라보게 날씬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작년 US오픈 때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06년 US오픈 때 자신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나란히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장딴지 근육을 자랑하는 사진을 SNS에 자주 올려 주변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미컬슨 메이저 최고령 우승 원동력은 '천재성+자기 관리+혁신'
이런 자기 관리 덕분에 그는 50세가 넘어서도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날릴 수 있게 됐다.

이번 PGA챔피언십에서도 미컬슨은 평균 313야드의 장타를 날렸고, 최종 라운드 16번 홀(파5)에서는 366야드를 날렸다.

그는 "전성기 때보다 볼스피드 더 빠르다"고 말한 바 있다.

1992년부터 PGA투어에서 뛴 미컬슨은 30년 동안 이렇다 할 부상이나 질병을 앓은 적이 없다.

상당수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 도중 허리, 무릎, 어깨, 팔꿈치, 손목 등 다양한 부분의 부상을 입어 치료와 재활을 하느라 애를 먹은 것과 다르다.

SBS 골프 나상현 해설위원은 "젊었을 때부터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신체 능력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인 타이거 우즈와 달리 미컬슨은 서서히 적절한 운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컬슨의 롱런 비결을 분석했다.

미컬슨은 또 스타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사생활을 둘러싼 추문이 없었다.

아내와 자녀, 그리고 캐디를 맡긴 동생 등 가족 사이에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 일이 없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오로지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과학 기술의 힘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도 빼놓을 수 없다.

진보하는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장비를 개선하는 것은 모든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미컬슨은 더 대담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47.9인치짜리 드라이버를 들고나왔다.

골프 규칙이 허용하는 한도 48인치에 근접한 길이다.

실험 정신이 충만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말만 해놓고 실제로는 쓰지 않았던 '장척 드라이버'를 미컬슨은 과감하게 사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전에도 탄도와 구질이 다르게 구현되는 2개의 드라이버를 가방에 넣고 대회에 출전하는 등 혁신을 즐긴다.

그는 최근 경기 도중에도 짬짬이 명상을 할 만큼 멘털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ESPN은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한 번도 회복하기 힘든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미컬슨의 우승 비결을 침착한 경기 운영을 꼽았다.

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무모한 샷이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우승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던 미컬슨은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미컬슨의 PGA챔피언십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톰 브래디, 세리나 윌리엄스, 그리고 타이거 우즈의 이름을 거론했다.

브래디는 43세의 나이에도 석 달 전에 미국프로풋볼(NFL) 개인 통산 7번째 슈퍼볼 우승을 따냈다.

40세인 윌리엄스는 10대 후반 후배들과 투어 대회에서 대등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우즈는 43세에 PGA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인 82승을 올렸다.

'노장 만세'를 외친 셈이다.

미컬슨이 51세의 나이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다시 한번 '노장 만세'를 크게 외칠지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