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2천만원 성과급에
65세 정년·유급 점심시간 요구
"지금이 마지막 기회" 호소에도
르노삼성 노조 "임금 올려야"
직원들도 우려…80%가 출근
쌍용차선 구조조정 반대 목소리
파업 지침에도 르노삼성 직원 80% 출근
자동차업계의 ‘노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데도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분위기다. 일부 노조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자동차업체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르노삼성 노조는 파업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간부 파업, 일부 부서 파업, 부분 파업, 전면 파업에 이어 끝내 무기한 총파업까지 강행하기로 했다.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및 2021년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 순환 휴직자 290여 명 복직, 근무방식 2교대(주야간 맞교대)로 원상복귀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라 기본급을 올릴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파업을 반복하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XM3 유럽 물량을 제때 생산하지 못하면, 르노 본사가 이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지금 시기를 놓치면 우리 차를 보여줄 기회를 놓치게 되고,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직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조원 사이에서도 지도부의 반복되는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이날 노조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부산공장 직원 중 약 80%(약 1500명)가 출근해 근무를 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사가 전면 파업과 직장 폐쇄로 맞서면서 임단협 교섭은 한동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0만원 이상 성과급 달라”는 노조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기아 노조가 마련한 임단협 요구안 초안을 보면 기본급 월 9만9000원(약 4.3%) 인상 및 지난해 영업이익(2조665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등이 포함됐다. 이를 받아들이려면 기아는 1인당 2000만원 규모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노조는 “작년에 기본급을 동결했으니, 올해는 이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동시에 신규 인력을 충원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 기존 인력을 줄여야 하고, 글로벌 자동차업체 다수가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년도 늘리고 신규 인력도 뽑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고 점심시간을 유급화하라는 주장도 할 계획이다. 해고자 복직, 일부 직책 및 직급에 대한 수당 인상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현대차 노조도 비슷한 수준의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초부터 “지난해 양보한 부분까지 이번 교섭에서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월 9만9000원 인상하고, 통상임금의 150%와 400만원을 성과급 및 격려금으로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사실상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달라는 요구안을 노조는 이미 확정했다. 한국GM은 7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자동차업체 노조들이 파업을 자제했고, 임단협 교섭에서도 일부 양보한 게 사실”이라며 “내부 반발을 막기 위해 올해 무리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상태인 쌍용자동차의 노조는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노조 반발에 밀리면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