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 기증을 계기로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주장이 미술계에서 제기됐다. 이번 기증으로 국가기관이 보유한 근대미술품 컬렉션의 질과 양이 대폭 확대된 만큼 이를 보관하고 전시할 별도의 미술관을 건립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증품을 전시할 이건희 특별관을 만들라”고 지시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도 미술관 건립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 4월 30일자 A1, 2면 참조

30일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과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미술계 저명 인사들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 준비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윤철규 전 서울옥션 대표, 최열 전 문화재 전문위원,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서보·한만영·김택상·김근태·정복수·심문섭 등 작가들과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등 갤러리 경영자, 최은주 대구시립미술관장 등 100여 명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근대 미술품 100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 미술품 2000여 점을 한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위원회는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 근대미술관이 없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미술관을 설립해 그 안에 ‘이병철실’과 ‘이건희실’을 둬 삼성가 기증의 뜻을 기리고, 국립근대미술관이 없는 기형적인 구조를 타개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근대미술관 건립 장소로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인 서울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 등을 제안했다.

문체부는 지난 28일 기증 이후 수장고나 별도 미술관 신설 등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도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