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에어비엔비의 숙박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칩 콘리는 부띠크 호텔 체인 ‘주아 더 비브르’(Joie de Vivre)의 창립자이다. 그는 여행객들에게 잠자리를 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호텔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호텔’이라는 꿈은 굉장히 어려운 목표였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숙련된 직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호텔업계는 이직이 잦은 분야였다. 평균적으로 60%가 입사한 첫해에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연초에 의욕적으로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하기 위해 육성한 직원들이 연말이 되면 10명 중 4명밖에는 남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6명은 새롭게 다시 채용하고, 비전을 공유하고 교육하는 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서 급여를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칩 콘리와 임원들은 단순히 급여를 올리고 즐거운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 이외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들이 시작한 것은 ‘직원의 시점에서 일을 바라보기’였다.

일단 임원들이 방청소를 담당하는 룸메이드들과 동행하며 함께 일을 했다. 침대를 정리하는 것부터 비품 교체와 객실 바닥 청소 등 모든 업무를 함께 했다. 임원들은 그 과정에서 룸메이드의 업무가 JDV가 제공하는 고객경험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객의 삶에 기쁨을 주기 위한 JDV의 가치 실현은 룸메이드 직원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임원들은 룸메이드 직원들이 일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기획했다. 이틀 동안 호텔의 규정대로 청소를 하지 않고, 대충 일을 하도록 주문했다. 대충 청소를 하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욕조도 광이 날정도로 닦지 않고, 수건도 대충 정리했다. 객실에 들어갔을 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베개 부풀리기 역시 하지 않았다. 실험은 이틀로 충분했다. 실험의 영향은 투숙객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쳤다.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지도 않고, 안내데스크에 룸서비스를 요청할 때도 매우 퉁명스럽게 말했으며 팁의 금액도 줄어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 전에는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던 고객들이 차가워진 것이었다. JDV는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물었다. 이틀 동안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답은 ‘참을 수 있지만 아쉬운 서비스’였다. 일단 숙박은 했으니 기본적인 욕구는 해결된 셈이었지만, 고객들은 작은 변화에도 큰 차이를 느낀 것이다. JDV직원들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다. 객실을 정리하는 일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일이지만, 고객들의 감정과 호텔에서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할 때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뇌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종의 특징과 뇌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크게 3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진화의 순서와 동일하게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로 불리 운다.
우선 파충류의 뇌는 시각, 촉각 ,통증, 균형감각과 같은 생존과 종족의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식욕과 성욕 같은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 중에서 바깥쪽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를 담당하는 신피질이 있다. 언어, 분자, 추상화 ,분석 등과 같이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여 인간의 뇌라고도 불린다. 파충류와 인간의 뇌 사이에 있는 포유류의 뇌는 ‘변연계’로 불린다. 이 부분은 기억과 감정, 각 종 호르몬의 분비를 담당한다. 이 변연계는 소뇌의 반도체와 해마를 포함한다. 편도체는 감정을 처리하고 해마는 기억을 오랜 동안 지속시킨다. 즉, 내가 겪은 사건에 감정이 개입되면, 그 것은 편도체에서 생생하게 구현된다. 해마는 감정이 결부된 사건들은 더욱 오래 기억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오래 남고, 타인과 감정적인 유대를 선호하게 된다.
스토리텔링, 서비스를 만나다(2) _ 공감이 만드는 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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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메이드 직원들의 고객서비스는 주로 고객이 없는 빈 방에서 이루어진다. 고객의 경험과 감정을 상상하도록, 뇌에 자극을 주는 오감이 없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일의 ‘분업화’가 일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본다. 즉, 주방에서 ‘혼자’ 쿠키를 구울 때에는 쿠키를 통해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5천명의 직원과 6개의 제조 현장에서 쿠키를 만들 때에는 이 쿠키를 통해 즐거워하는 이들을 상상하기 어렵다. 분업화는 고객과의 공감을 사라지게 만들고, 관계를 끊었으며, 일의 의미마저 끊어 버렸다. 칩 콘리가 실험을 통해 회복하고 싶었던 것은 공감이었고, 고객과의 관계였으며 일의 의미였다. 데브 팻나이크 / 와이어드 (이상출판사) / p.295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객과 유대를 형성하면 자신의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공감대는 단순한 일을 전문적인 일로 바꿔주고, 전문적인 일을 소명에 찬 일로 바꿔준다.
그동안 서비스 교육의 방향은 고객에게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고객들에게 친절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고객만족도를 올릴 것인가’처럼 모두 밖을 향해 있었다. 이제 서비스 교육의 방향은 안을 향해야 한다. 접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영향을 알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고객접점에서 ‘일’과 ‘관계’에 지쳤다면, 중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일의 의미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現)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前)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