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월성 원전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들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당장 정치권의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검찰 수장이 사라지면서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가 해온 원전 수사는 여권의 반발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그동안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경고장을 날려왔다. 지난달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여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대전지검은 보완수사를 통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총장의 비호 없이 일선 검사들이 이 같은 ‘강단’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하는 등 수사팀이 교체되며 추가 수사가 지지부진해졌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기소는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윗선 수사는 흐지부지될 전망이다.

중앙지검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과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등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당분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윤 총장의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하지만 조 차장의 경우 윤 총장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선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지검장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되더라도 정권을 겨냥한 수사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