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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엔딩'에서 주인공 파우스트 역으로 나선 배우 김성녀가 2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뒤 관객과 대화에 나서 지난 연습기간을 돌아봤다.
'파우스트 엔딩'은 2020년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준비한 작품이다.
1950년생인 김성녀는 국립극단과 생년이 같다.
그만큼 작품을 의미 있게 준비했고, 칠순의 나이에도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을 감행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큰 부상, 그 와중에 세상을 덮친 감염병, 50년 가까이 무대에 선 대배우도 감내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싶다.
연출가 조광희가 작품을 재창작하고,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고, 멈췄다 또 맞추고. 제작진은 그렇게 작품과 함께 2년여의 세월을 보낸 끝에 관객을 만났다.
"긴 시간 동안 준비하느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보완을 좀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전화위복'의 연습 기간이었죠."(배우 김성녀)
'파우스트'는 독일 극작가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숱하게 국내외 무대를 차지했던 대표 레퍼토리에 조광화 연출은 변화를 줬다.
요즘에 미치지 못하는 원작의 젠더 감수성을 끌어올리고자 남성인 파우스트 역을 여성으로 과감히 바꿨다.
또 극의 결말을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선택 영역으로 가져왔다.
천사를 뒤로하고 지옥을 선택하는 파우스트다.
극중 파우스트로 열연한 김성녀 옆에는 '메피스토' 박완규가 있었다.
문신에 염색에 머리 옆을 빡빡 밀어 올린 박완규는 괴기하기도 때론 익살스러웠다.
"문신, 삭발 염색은 너무 힘들었어요.
하루종일 문신을 받는 거 보다 씻는 게 너무 힘들었지요.
"(배우 박완규)
코로나 시대에 대작을 구경하기 어려운 요즘 무대 위를 꽉 채운 배우들의 몸짓과 춤, 표정은 공연 내내 놓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배우가 직접 들고나와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 '들개 퍼펫'은 볼거리였다.
등나무로 제작한 들개 인형은 배우들의 숨은 손짓에 의해 숨 쉬는 생명체인 듯 무대 위를 어슬렁거렸다.
"원작에서는 검은 개가 (파우스트를) 따라오죠. '악마적 홀림'으로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것, 어떨까 했는데 눈에 띄는 게 들개였어요.
세기말적인 들개 설정, 들개를 맞이하면 두렵지 않을까요.
"(연출 조광화)
오랜 기다림 끝에 무대에 오른 '파우스트 엔딩'은 3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팬들을 기다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