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 극복하고 농심배 5연승으로 우승 확정
농심배 1패·1패·5연승…신진서 "박정환에게 마음의 짐 덜었다"
신진서(21) 9단이 '바둑 삼국지'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농심배)을 5연승으로 끝내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특히 박정환(28) 9단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냈다.

한국 바둑 랭킹 1위 신진서는 25일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제22회 농심배 13국에서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을 잡고 한국의 우승을 확정했다.

농심배는 한중일 3국이 5명의 대표기사를 내세워 겨루는 단체전이다.

한국의 4번째 기사로 출격한 신진서는 일본 2명(이야마 유카 9단, 이치리키 료 9단), 중국 3명(탕웨이싱 9단, 양딩신 9단, 커제 9단)을 연파해 대회를 끝냈다.

한국은 마지막 주자로 대기하던 박정환 카드를 아끼고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신진서는 19·21회 농심배에도 출전했으나 그때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신진서는 2018년 '삼일절 대첩'으로 한국이 우승한 19회 농심배에도 출전했다.

2018년 3월 1일 중국 상하이에서 김지석 9단의 끝내기 2연승으로 한국이 5년 만에 농심배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다.

농심배 1패·1패·5연승…신진서 "박정환에게 마음의 짐 덜었다"
당시 한국 선수단의 기념사진을 보면, 김지석과 박정환, 목진석 감독은 의기양양하게 활짝 웃고 있지만, 신진서는 그렇지 않았다.

당이페이 9단과 커제를 꺾고 한국 우승을 확정지은 김지석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마지막 주자로 대기하고 있던 박정환은 한 판도 두지 않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신진서는 처음 출전한 농심배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당이페이에게 패배, 김지석에게 바통을 넘긴 터였다.

우승컵을 안고도 크게 웃지 못했던 이유다.

농심배 1패·1패·5연승…신진서 "박정환에게 마음의 짐 덜었다"
21회 대회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신진서는 설욕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 25일 신진서는 한국의 4번째 주자로 나섰다가 양딩신에게 패했다.

신진서를 이어 한국의 '최후의 보루'로 남은 박정환은 이야마 유타 9단과 중국의 미위팅 9단, 판팅위 9단, 셰얼하오 9단을 상대로 연승을 달렸다.

온라인 대국 중 '마우스 오류'가 발생해 판팅위와 재대국하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비록 중국 마지막 주자 커제에게 막혀 우승컵을 중국에 내줬지만, 바둑 팬들은 고군분투한 박정환에게 "잘 싸웠다"며 응원을 보냈다.

신진서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는 "내가 한 판도 못이기는 바람에 박정환 사범 혼자 5판을 두게 돼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마지막 주자인 박 사범이 두지 않고도 한국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고, 목표를 이뤘다.

대국 후 신진서는 "마음의 짐이 많이 덜어졌다"며 "저번 대회에서는 한 판 한 판 지켜보기 죄송했는데, 짐을 조금 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박정환 사범과 같은 팀으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신진서는 또 "제 뒤에 박정환 사범이 아니라 절예(바둑 인공지능)가 있다고 해도 제 손으로 끝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며 의욕을 보였다.

농심배 1패·1패·5연승…신진서 "박정환에게 마음의 짐 덜었다"
박정환은 이날 신진서의 대국을 집에서 중계로 지켜봤다.

박정환은 2018년 김지석의 '삼일절 대첩'을 이어 2021년 신진서의 '온라인 대첩'에서도 대기 상태로 우승을 지켜봤다.

농심배에서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끈 것은 2005년 6회 대회 이창호 9단 이후 신진서가 처음이다.

6기 대회에서 이창호는 한국의 마지막 기사로 나서 중국 3명·일본 2명을 연달아 제압하고 한국에 기적 같은 우승을 안겼다.

'상하이 대첩'으로 회자하는 바둑계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