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익공유제 법제화, ISD 부른다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난을 당한 사업자들에게 다양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당은 아예 법제화할 분위기다. 여당 대표가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띄웠고, 대통령은 “손실보상제가 감염병 재난을 이겨내는 포용적 모델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해결 절차’다. 국가의 행위로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가 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해결절차 말이다. 이미 작년 6월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가 대통령을 수신으로, 각 부 장관들을 참조로 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신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ISD 해결 절차와 같은 국제투자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정부가 거액의 배상 책임에 내몰릴 수 있음을 지적했다. ISD 제도는 적용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 국가를 상대로 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가재난에 준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이유로 이 절차가 불허된 예가 거의 없다.

이미 해외 여러 로펌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조치가 ISD 대상이 된다며, 절차를 개시해 배상을 받는 돈벌이가 된다고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로펌들, 통상전문가들, 유엔기구, 인권 전문가들은 이미 ‘ISD 사건’ 호황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덫을 놓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이익공유제 법제화는 스스로 덫에 빠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어느 나라도 한국식으로 법제화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국이 더욱 선명한 타깃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기준’(FET)이다. 감염병을 이유로 특정 기업에서 이익금을 환수하는 조치 등 차별대우는 이에 걸린다. 로펌들은 이 주장이 가장 성공률이 높은 주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이익금 환수뿐 아니라 여러 달 동안 직장을 폐쇄하는 것은 ‘간접 수용’으로 보기 때문에 ‘정부의 몰수·수용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국가도 ‘긴급조항’이나 ‘관습국제법’ 등을 원용해 항변할 수는 있다. 국가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치 중 일부는 지나치게 과감하고 급진적이어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 개시의 위험을 초래한다. 한국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모호한 개념을 법제화해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유용하게 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을 살 것이며, 이는 투자자·국가 간의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국제분쟁에서 망신을 당하는 최초의 사례가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 해도 문제는 있다. 기업 활동 결과 세금, 비용,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남은 잔여 이익은 주주의 몫이다. 그 이익을 임원이 다른 곳으로 돌리면 투자자들은 배임·횡령의 죄책을 물어 그 임원을 고발할 수 있다. 아울러 주주가치를 훼손하게 됨으로써 주주에 대해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주주는 임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절차는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 작년 말 개정된 상법에 따라 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이 소송은 6개월의 주식보유 기간도 필요 없고, 주식 취득 후 3일 후 바로 제기할 수 있다. 강원랜드가 태백시에 150억원을 기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그 기부안건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영업활동 결과에 대한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국가를 살찌우고, 고용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 그 기업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도 각고의 노력으로 이익을 낸 기업을 칭찬하고 투자와 고용을 더 하도록 격려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그 기업을 벌주는 건 할 일이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