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도 완화해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 쓸 수 있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과 관련해 통합조정심사를 한 결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총 7인 중 6인 이상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야당 몫의 후보추천위원 두 명의 동의가 없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해진다. 권력기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도 기존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 및 실무 경력 5년 이상에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야당에서는 실무 경력을 배제한 것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여권 성향의 인사를 공수처에 대거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밖에 정당이 열흘 이내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수처 출범을 앞당기기 위해 개정안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현행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 추린 후보 가운데 공수처장을 선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정권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추미애 특수부’를 출범시키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