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반도체 원판(웨이퍼) 생산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가 동종 업체인 독일 실트로닉 인수를 추진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45억달러(약 4조97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트로닉은 이날 글로벌웨이퍼스가 인수 가격으로 주당 125유로(약 149.06달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이 발표했다. 실트로닉 지분 30.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바커케미칼도 해당 가격에 매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당 125유로는 지난 27일 종가에 10%의 프리미엄을 얹어 책정된 가격이다. 양측이 추가 협상과 이사회의 승인 등을 거치면 이르면 12월 둘째 주에 인수 거래가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거래가 성사되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규모는 2016년(1220억달러) 이후 최대가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9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인 미국 엔비디아는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 ARM홀딩스를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90억달러),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시스의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 인수(200억달러) 등 올해 굵직한 거래가 잇따라 발표됐다.

대만 신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3대 웨이퍼 생산업체다. 14개국에서 26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18%다. 한국 법인 엠이엠씨코리아를 통해 충남 천안시에서도 웨이퍼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20억달러다.

실트로닉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내비게이션 및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억5000만달러다.

내년에도 반도체 기업 M&A는 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계 웨이퍼 시장은 50% 이상을 신에쓰와 섬코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M&A를 통해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일본 업체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왕즈쥔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28일 열린 중국발전계획포럼 기조연설에서 M&A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왕 부부장은 "일부 반도체 프로젝트에서 거대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해 정부 차원의 발전 계획 수립과 감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반도체 등) 신흥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전략적으로 관련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갈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