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의혹과 무관한 뇌물 조사"…경찰 "절차 지켰다" 반박
"수표로 뇌물 받고 인수증 쓰나" 수사 의문…결국 무혐의

'남양주도시공사 채용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별건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진정서에는 '경찰이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자 먼지털기식,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벌이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별건수사는 범죄 혐의를 밝히고자 무관한 사안을 수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피의자를 부당하게 압박할 수 있어 수사 정당성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해 말 별건 수사를 금지했고 정치권에서는 아예 법에 명시하자는 의견도 있다.

남양주시장 "경찰, 목적 달성하려 별건수사"…인권위 진정
26일 조 시장이 낸 진정서에 따르면 한 매체는 지난 6월 조 시장과 연관 지어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며칠 뒤 경기도는 이 보도를 토대로 남양주시 등에 대한 특별 감사를 벌였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으나 부정 채용으로 판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맡았다.

경찰은 지난 8월 3일 영장을 발부받아 남양주시를 압수 수색, 조 시장의 휴대전화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으나 수사에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9월 중순, 경찰은 조 시장 휴대전화에 있던 수표와 인수증 사진을 보고 채용 비리 혐의와 무관한 뇌물수수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조 시장이 개발업자에게 뇌물을 받았다고 봤다.

수표와 관련 없는 데다 조 시장과 적대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후 남양주지역에는 조 시장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조 시장은 "채용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 없는 사진 등을 들여다본 것도 모자라 소유주나 변호인 입회 없이 경찰이 마음대로 추출했다"며 "제3자에게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법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탐색했더라도 소유주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는 위법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도 있다.

경찰은 조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사건 수사 담당자는 "휴대전화 분석 중 추가 범죄 혐의를 발견한 뒤 분석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관련 사진을 출력할 때 조 시장의 변호인이 입회하는 등 절차를 지켰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뒤늦게 뇌물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수표 관련자들의 집 등을 압수 수색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뇌물을 은행에 신고된 수표로 받고 인수증까지 남기겠느냐"며 "기초 조사도 없이 압수수색까지 한다"며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이 수표 사진은 미국에 사는 지인의 아파트 매각 잔금을 확인시켜주려고 촬영한 것으로 판명됐고, 경찰은 조 시장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를 무혐의 처리했다.

남양주시장 "경찰, 목적 달성하려 별건수사"…인권위 진정
경기도는 남양주도시공사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와 관련 없는 시청 임기제 공무원, 복지재단, 문화원, 체육회 등의 직원 채용 과정을 조사하고 직원들을 출석시켰다.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압수물 분석과 진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고발된 채용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조 시장을 비롯한 시청과 도시공사 전·현직 직원 6명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조 시장에게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시장은 "일련의 수사 과정은 경찰이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눈치보기식 정치적 편향 수사를 하고 승진을 위해 성과물을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초래했다"며 "이런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려 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