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취안지수가 11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대만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산업 매출이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국내 ‘원정 개미’들은 대만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연초대비 대만주식 보유잔액이 두배로 불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비대면 수요가 줄어 기술주 실적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 조정 요인일 뿐, 고성능 반도체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사업 영엽을 확장하는 대만 IT기업들에 주목할 때라는 의견에 우세하다.

◆대만 자취안지수 사상 최고치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전날대비 1.38% 오른 1만3262.19 에 장을 마쳤다. 앞서 자취안지수는 지난 9일 1만3127.47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1만3000선을 넘었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0일 0.35% 하락했으나 1만3000선은 유지했다.

자취안지수가 오르는 건 대만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대표기업인 TSMC의 지난달 매출은 4조6469억원(1193억 대만달러를 한국은행 고시 10일 환율 종가로 환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애플의 아이폰을 수탁 생산하는 폭스콘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2.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전월(9월)과 비교하면 31.3% 늘었다.

다른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만 공시시스템 MOPs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만 100대 IT 기업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65조7962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야교(123.4%), 왈신테크(55.9%) 등 수동소자 기업 7곳의 매출은 합계 58.6% 늘었다. 누보톤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12곳(37.9%), 윈본드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 4곳(32.8%), 한스타 등 LCD(액정표시장치) 기업 4곳(21.3%)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대만 주식 보유잔액을 크게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대만 주식 보유잔액은 연초 470만5502달러에서 지난달 815만9209달러로 73.4% 늘었다. 전체 해외 종목 보유액이 이 기간 약 40% 늘어난 것에 비해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IT 산업과 함께 성장”

관건은 이같은 대만 증시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지다. IT 기업은 코로나19 사태 뒤 비대면 인프라 구축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실적이 좋아진 곳이 많았다. 그랬다가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IT 비중이 큰 대만 증시도 상승 탄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게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9~10월 대만 100대 IT 기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어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가 3~4월 4.1%, 5~6월 6.7%, 7~8월 9.4% 등으로 점점 증가폭이 커졌는데 최근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비대면 생활방식 확산, 자율주행차 보급 등 IT산업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따른 비대면주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큰 틀에서 전자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사회 변화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IT 기업들은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TSMC는 16조8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업은 2024년 세계 최초로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콘, 에이수스텍, AU옵트로닉스,난야 등 다른 기업도 새 먹거리를 적극 개척중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은 자체 브랜드보다는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인 점도 긍정적”이라며 애플이 크면 팍스콘이 크는 것처럼 글로벌 IT 산업 성장과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