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털페트롤리엄이 미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 건설 부문 세계 4위인 일본 도시바도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 사업에서 발생하는 실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40년까지, 고객들이 옥시덴털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실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0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원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삼림에 자연적으로 흡수되거나 기술적인 조치로 제거한 양과 같거나 적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옥시덴털은 미국 9위 석유 대기업이다.

회사 측은 원유 생산과 판매, 소비자들의 연료 사용 등 3단계에 걸쳐 탈석탄화를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소비자가 휘발유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앞서 탈석탄화 계획을 발표한 유럽 에너지 기업들도 감축 대상에서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외하고 있다.

옥시덴털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포집·매장기술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지하에 저장한 뒤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석유회사는 보관한 양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홀럽 CEO는 “탄소 포집사업이 10~15년 내 석유화학 사업 부문만큼 많은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도시바는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11일 발표했다. 도시바는 세계 석탄화력발전 설비시장(중국 제외)의 11%를 차지하는 글로벌 4위 업체다. 도시바는 대신 앞으로 2년간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액을 다섯 배로 늘리기로 했다. 2022년까지 매년 1600억엔(약 1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해양풍력발전 설비와 차세대 태양광발전용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900억엔이었던 재생에너지 관련 매출을 2030년까지 6500억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석탄화력발전 설비 세계 1~2위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도 이미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3위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도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선한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