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론 리서치 측이 공개한 나녹스 주요 고객 골든 바인 인터내셔널. 나녹스와 최대 29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시트론 리서치 측이 공개한 나녹스 주요 고객 골든 바인 인터내셔널. 나녹스와 최대 29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이 270억원을 투자한 나스닥 상장 의료기기 기업 나녹스가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이 와중에 일부 SK텔레콤 임원이 나녹스로부터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나녹스가 지난달 상장할 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19년 6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나녹스에 2300만달러(약 270억원)을 투자해 26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과 보유중인 워런트(일정 수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면 SK텔레콤의 나녹스 지분율은 13.93%에 달한다. 이는 나녹스 CEO인 란 폴리아킨(11.35%) 지분율보다 높다.
나녹스가 미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나녹스가 미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이 신고서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나녹스로부터 주식 10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이 스톡옵션은 박정호 사장이 나녹스 이사회에 합류하는 시점부터 주당 16달러에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나녹스 상장과 동시에 박 사장은 이사회에 합류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여서 박 사장이 스톡옵션을 받은 것은 거래의 대가가 아닌 이상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사장외에 스톡옵션을 받은 또다른 임원은 김일웅 SK텔레콤 홍콩법인 대표다. 그는 SK텔레콤의 해외 투자를 주도하는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16일 나녹스는 김 대표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김 대표는 나녹스 측에 자문을 제공하고, 급여 대신 나녹스 지분 120만6290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행사 가격은 주당 2.21달러다. 120만주 가운데 30만주는 지금도 행사가 가능하고, 90만주는 오는 2022년까지 매 분기마다 나눠서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나녹스는 22일 나스닥시장에서 4.44% 오른 30.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김 대표의 수익률은 1262%에 달한다. 김 대표가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모든 옵션을 행사했다고 가정하면 시세차익은 3365만달러(약 391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스톡옵션을 받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대기업이 신생업체에 투자할 경우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고 스톡옵션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김 대표의 경우는 컨설팅 계약만으로 스톡옵션을 받은 것은 설명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김일웅 대표는 SK텔레콤 합류 이전 나녹스의 초기 멤버 중 한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지난달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나녹스는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X레이 장비로 컴퓨터단층영상(CT) 등 기존 영상장비에 비해 비용은 대폭 낮추고, 안정성 강화했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상장 당시 26.70달러였던 주가는 이달 11일 기준 64.19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시트론 리서치와 머디워터스 등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공격에 주가는 하락했다. 이들은 나녹스가 작동하는 시제품을 제시하지 못했고, 관련 기술을 보유했다고 증명할 만한 어떤 특허도 출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