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인회 공저 책에서 "모든 검찰 결정은 비판대상…수사지휘로 민주적 통제"
"장관의 수사지휘 늘 있었다"…문대통령 과거 발언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과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면서 장관 수사지휘권의 부당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서면 발동은 합법적이고 투명한 검찰 견제라는 취지에서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장관 수사지휘권 예외적으로 행사?…"늘 있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1년 출간된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의 의미와 필요성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공개된 30명의 대법관 후보 중 한명이다.

이 책은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한 사례를 중심으로 사건의 의미와 한계를 짚었다.

천 전 장관은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사건에 대해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서면으로 정식 발동한 점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전까지 청와대·정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행사해왔다는 의혹을 받은 수사 지휘 관행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사건 전후에도 검찰총장에 대한 장관의 수사 지휘는 "늘 있었다"면서 문제는 "밀실에서 비공개로 주물럭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이제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렇게 가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평가했어야 했다"며 아쉬움도 표했다.

책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월간지 인터뷰도 인용하며 강정구 교수 사건 전후에도 문서로 내려온 장관의 수사 지휘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만 이뤄져야 하고 실제로 그래왔다는 일각의 지적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책은 "검찰의 모든 결정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인권 측면에서 비판과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며 "이것을 법제화한 것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라고 서술했다.

또 "검찰은 행정기관이고 민주적 통제를 받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치 권력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의 수사지휘 늘 있었다"…문대통령 과거 발언 주목
◇ 윤 총장 측근 연루 '검언유착 의혹'→'검찰 중립성 훼손' 여론 중심이동
비공개로 이뤄지던 장관의 수사 지휘가 유독 2005년 천 전 장관 때에 와서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린 이유에 대해 책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검찰 수뇌부도 강 교수의 불구속 수사 방침을 염두에 뒀음에도 검찰이 '비검사 출신 장관의 수사 지휘'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2010년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다.

실제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은 비검사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주로 불거졌다.

판사 출신인 강금실 전 장관 당시 명시적인 수사지휘권 발동은 없었지만 촛불집회 사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을 두고 '장관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우려와 함께 긴장감이 이어졌다.

판사 출신 추 장관 역시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검찰개혁에 고삐를 당기면서 검찰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종일 이어진 검사장 회의에서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도 '검언유착'에서 '검찰의 중립성 훼손'으로 옮아가는 모습이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검찰총장을 장관의 단순 하급자 정도로 생각하는 몰이해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인 전국 검사장 회의의 반발도 비검사 출신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의 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장관의 지휘가 검사장 회의 직후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을 박탈하려는 정치적인 시도'로 변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전날 페이스북에 "수사담당자는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쓴 것도 장관의 수사지휘가 정치적 의미로 호도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언유착'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사건에 연루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때문에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수사를 무마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