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차이나머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본격적으로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금이 인수합병(M&A)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매출 급감과 주가 폭락으로 자금난에 처한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차이나머니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유 투자회사 CNIC코퍼레이션은 인도 2위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그린코그룹 지분 10%를 인수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CNIC는 중국 외환관리국이 두 개의 자회사를 통해 9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중국 최대 민간 투자회사 푸싱그룹은 최근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의 지분 55.4%를 3000만달러(약 36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푸싱그룹은 지난달 투자 설명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의 자산 가격이 폭락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며 “해외 우량 자산 인수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중국 기업과 펀드의 해외 기업 및 자산 M&A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세계 확산에 따른 경제 셧다운(일시 정지)으로 각국에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업이 속출하자 싼값에 외형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IB업계에 따르면 M&A에 공격적으로 나선 곳은 대부분 중국 국유기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폭락한 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정보기술(IT) 등 중국 정부가 국가 전략 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산업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머니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오히려 기회가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에선 항공업부터 호텔, 축구팀까지 매출이 급감하고 현금이 바닥나면서 자금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은 비핵심 사업이나 자산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중국발(發) M&A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상당수 유럽 국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게 변수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회원국들에 공공정책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 투자로부터 전략자산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정부에 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하는 권한을 주는 조치를 내놨다. 스페인도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고 독일은 국가 이해에 어긋나는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을 도입했다.

"코로나가 기회"…차이나머니, 자금난 처한 해외기업 노린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무분별한 해외 M&A를 막기 위해 자본 유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차이나머니의 해외 M&A는 3년 연속 급감했다. 2016년 225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쳐 지난해 41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홍콩에 있는 글로벌 법무법인 데커트의 왕양 파트너는 “이달 들어 중국 기업들의 ‘입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가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발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최근 미국 크루즈 기업 카니발 주식 4350만 주(지분 8.2%)를 취득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카니발 주가가 올 들어 78%나 폭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