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후보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승기를 잡는다면 미국 증시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난 달 미국 증시 급락에 부담을 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샌더스 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샌더스 의원의 대선 정책 가운데 경제와 관련된 부분은 비용 탕감, 세금인상, 그린뉴딜(Green New Deal)로 요약된다.

샌더스는 미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샌더스 지지층이 의료비 부담이 큰 중산층 이하가 많아서다. 또 4500만명에 해당하는 사람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

기업들의 법인세는 기존 21%에서 35%로 인상하고 대표이사(CEO)와 직원의 임금 차이가 큰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정책 가운데 하나다. 상위 1%의 부유층의 배당금과 자본이득에 대한 특별 세금혜택을 종료할 계획이다.

그린뉴딜도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이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온실가스가 아닌 경제시스템에 있다고 봐서다. 샌더스는 에너지 시스템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관련 일자리 20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샌더스의 정책은 투자자들에게는 경계 대상 1순위다.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극단적 진보' '좌파' '사회주의자' 등은 샌더스가 가지고 있는 수식어로, 그에게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빈부격차 해소"라며 "그는 전국민 의료보험 단일화, 그린뉴딜 정책, 더 나아가 무상교육, 대형은행 및 금융기관 해체 등을 주장하는데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면 미국의 통화, 주가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증시 급락 배경에 샌더스의 돌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가 승리했고, 같은 달 22일 네바다 코커스에서도 샌더스가 승기를 잡았다"며 "22~23일이 주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샌더스의 승리가 24일 월요일부터 미국 증시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8.42%, 나스닥 지수는 7.09% 폭락했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 후보자 가운데 가장 고령이다. 1941년생으로 올해 79세다. 그는 1970년대부터 정치 활동을 해왔다. 2016년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하기도 했다. 지난 해 건강악화를 이유로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들에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송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