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100년은 융합교육과 국제화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100년은 융합교육과 국제화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덕성여대가 올해 창학 100주년을 맞았다. 덕성여대는 외국인의 도움 없이 오직 한국 여성이 자력으로 세운 첫 여성 교육기관인 ‘조선여자교육회’를 모태로 한다. 자생(自生)·자립(自立)·자각(自覺)을 창학 이념으로 삼고 여성 인재를 길러온 덕성여대는 다음 10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해 2월 덕성여대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 100년간 덕성여대가 기초학문 연구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융합인재를 기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인재 양성. 모든 대학의 ‘구호’가 된 이 목표를 덕성여대는 어떤 차별화한 방법으로 달성하려는지 듣기 위해 지난달 26일 덕성여대 총장실을 찾았다.

▷취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너무나 중요한 시기에 총장직을 맡았습니다. 급격히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대처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대학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더구나 취임 후 1년이 지난 올해는 덕성여대 창학 100주년입니다. 앞으로의 1년, 10년, 100년을 위한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100년의 덕성여대를 평가한다면.

“덕성여대는 지난 100년간 기초학문을 육성하는 정책을 주로 펴왔습니다. 인기 없는 전공을 통폐합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전공을 대부분 유지해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를 길러낸 성과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의 독립성이 강한 구조로 인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덕성여대는 분명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발빠른 변화에 한 템포 뒤처졌습니다. 앞으로의 100년은 이 템포를 따라잡아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려고 합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무엇입니까.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사회적 소명입니다.”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학제 개편을 단행해 여러 단과대를 통합했습니다. 인문과학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을 통합해 글로벌융합대학을 설립했고,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을 과학기술대학으로 통합했습니다. 이들 통합된 단과대학은 올해부터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신입생을 뽑습니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원하는 과목을 듣고 2학년 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죠.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탐색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의 자율성이 높아지겠네요.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누구나 2학년에 진학하면서 자유롭게 제2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법학과 학생도 미학을 배우면서 자신만의 전공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덕성여대는 전공의 벽을 허물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디자인할 수 있는 틀이 돼줄 것입니다.”

▷중국인 유학생이 20명도 되지 않습니다.

“덕성여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재정 확충 수단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제화 역량 강화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대만과 베트남에 각각 한국어교육센터를 세웠습니다. 이곳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친 이후 덕성여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줄 예정입니다. 그래야 덕성여대를 빛내줄 진짜 인재가 나오겠죠. 당장 1년의 등록금보다 10년 후 교육 성과가 중요합니다.”

▷최근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스스로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여대 총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론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이슈가 묻혀버려 너무나 아쉽습니다. 1996년 우리 사회에선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이슈는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치면서 결국 2009년 대법원 판단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더 필요합니다.”

▷덕성여대는 그 학생을 품을 수 있습니까.

“노 코멘트. 총장이 허용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

▷합격을 포기한 학생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그 학생이 한 트랜스젠더 변호사를 롤모델로 삼아 법학과에 지원했다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인권과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후배인 그 학생에게 전하겠습니다. 반드시 꿈을 이루라.”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