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또다시 ‘공매도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무분별한 공매도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련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비상사태 시 과열종목 지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폭락장은 外人 공매도 탓?…불붙은 폐지론
외국인 공매도 22개월 만에 최대

2일 코스피지수는 15.50포인트(0.78%) 오른 2002.51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67.88포인트(3.30%) 급락하며 1900대로 주저앉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입어 1거래일 만에 2000선 회복에 성공했다.

이날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대차)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최근 공매도 관련 지표는 증시 급락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식대차잔액은 60조1690억원으로 1월 말 대비 3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 평가액으로, 공매도 선행지표 중 하나다.

공매도는 정보력과 자금력 등이 풍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3863억원으로 2018년 4월 24일(3913억원) 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일면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불안감이 커진 만큼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발생 당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아예 홍콩처럼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콩은 시가총액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에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방안을 검토해 국회에 보고했다.

금융당국 “기존 규제 강화로 대응”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급락세가 당장 시장에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가파른 수준에 이르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검토 중인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방안 역시 이미 한국의 공매도 규제 수준이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 신뢰 손상 등을 불러일으킬 뿐 효용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금융위는 현행 공매도 규제에서 ‘업틱룰’ 등 일부 규정을 손질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업틱룰이란 공매도 시 시장거래가격(직전 체결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으로 공매도에 따른 무차별적인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꼽힌다. 그러나 업틱룰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조항이 12가지에 달해 외국인 등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위는 업틱룰 예외조항 중 2~3개가량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이나 시장 조성을 위한 목적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업틱룰 예외 조항은 손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하수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