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하루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서며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발병 이후 처음으로 현장 방문에 나섰다. 하지만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등 떠밀려 나온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1일 0시 기준 31개 성(省)·시·자치구에서 4만2638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01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467명, 사망자는 108명 늘었다. 하루 사망자 수는 지난 7일 80명을 넘어선 데 이어 9일 90명, 10일 100명을 돌파했다. 중증 환자도 7333명에 달해 당분간 사망자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뒤늦게 등장한 시진핑에 더 성난 中 민심…책임론 넘어 퇴진론까지
이번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은 모든 주택 단지를 봉쇄해 관리한다는 조치를 내놨다. 우한시 신종 코로나 예방통제지휘부는 이날 인구 이동을 최대한 억제해 질병의 추가 확산을 막고자 모든 시민의 바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동은 엄격한 폐쇄 관리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마스크를 끼고 처음으로 우한 폐렴과 싸우는 현장을 찾았다. 시 주석은 전날 오후 베이징 내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디탄병원을 방문해 치료 상황을 살폈다. 이어 신종 코로나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우한의 중증 환자 전문병원을 연결해 보고받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시 주석은 또 오른 손목을 앞으로 내밀어 주민센터 방역 담당자로부터 발열 여부를 체크받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공산당 정치국회의 등을 주재하며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총력전을 펼 것을 지시했지만 일선 현장을 방문한 적은 없었다. 우한을 직접 찾아 의료진을 만난 사람도 시 주석이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총리였다.

이날 행보는 사망자가 계속해서 급증하고 우한 폐렴 확산을 최초 경고한 의사 리원량의 사망 등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전역에서 거센 분노와 비난이 일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민심을 달래려 마지못해 현장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의 현장 방문에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SNS에선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안전한 곳에 있더니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등 떠밀려 나온 것이냐” 등의 비판 글이 쏟아졌다.

중국 지식인들은 시 주석을 겨냥해 책임론을 넘어 퇴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저명 학자 쉬즈융은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신종 코로나 확산 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시진핑이 중국의 체르노빌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뒤에 동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5년 뒤인 1991년에 소련연방 체제가 붕괴됐다”며 “이번 사태가 수주 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전체주의 체제의 거짓과 모순을 드러냈던 ‘중국판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