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출근도 무산된 윤종원 행장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사진)의 출근이 노동조합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공식 임명된 지 14일째로 금융권 통틀어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록이다.

윤 행장은 16일 오전 8시30분 출근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7일 출근 시도가 무산된 후 9일 만이다. 윤 행장은 그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외부 사무실로 출근해왔다. 노동조합원 100여 명은 오전 8시께부터 기업은행에 집결해 윤 행장 출근을 막아섰다.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가 그려진 마스크를 썼다. 윤 행장이 노조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조는 대화 대신 성명서만 낭독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과 직접 대화하지 않겠다”며 뒤로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윤 행장은 결국 2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국책은행장에 임명되고 2주가 넘도록 출근을 못한 경우는 윤 행장이 처음이다. 시중은행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노조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출근하지 못한 행장은 2013년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이다. 윤 행장과 마찬가지로 행장 선임 뒤 14일 동안 노조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윤 행장이 17일에도 출근하지 못하면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윤 행장은 출근이 가로막힌 뒤 기자들에게 “빨리 문제가 풀리길 바란다”며 “대화를 위한 채널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5일 윤 행장이 육아휴직 대상자 인사를 빨리 해야 한다는 내부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휴직과 복직이 예정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노조의 사과 요구도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지낸 만큼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들고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