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립성향 우세 대만 대선 때마다 압박…"안 무섭다" 반감만
역효과 알면서도 대만 독립 불용 마지노선 지켜야 하는 딜레마
대만 대선 D-1…中 '독립 불가' 주먹 흔들면 더 멀어지는 대만
"중국이 왜 대만 관광을 중단시켰겠습니까.

민진당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뻔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거죠. 대만 사람들은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무서워 하지 않아요.

"
10일 타이베이(臺北)에서 만난 택시기사 랴오(廖)씨는 오는 11일 대만 대선에서 '샤오잉'(小英)을 찍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샤오잉'은 지지자들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대만 대선에서 독립 성향의 후보가 우세할 때마다 중국 본토의 다층적인 대만 압박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랴오씨처럼 많은 대만인이 중국 본토의 압박에 오히려 강한 반감을 느낀다.

대만 압박의 결과는 중국 본토의 의도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대만 선거 압박은 1996년 대만의 첫 직선 총통 선거 직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만의 첫 민선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둔 1996년 3월 중국은 대만 남북부의 양대 항구인 가오슝(高雄)과 지룽(基隆) 앞바다를 겨냥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미사일은 정확히 목표 지점에 떨어졌다.

1995년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총통이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자격이나마 미국 땅을 밟아 모교인 코넬대를 방문한 것이 중국 지도부의 분노를 촉발한 것이었다.

인민해방군은 이 시기를 전후해 육해공 3군 합동 훈련 등 15만 대병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중국의 행위는 대만해협의 전쟁 위기감을 키웠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이 이에 맞서 항공모함 두 척이나 대만 근해에 배치하면서 군사적 긴장도가 크게 고조됐다.

대만 대선 D-1…中 '독립 불가' 주먹 흔들면 더 멀어지는 대만
그러나 리덩후이에 대한 중국 본토의 극단적인 반감 표출에도 1996년 첫 직선제 선거에서 리덩휘는 과반인 54%의 지지율을 얻어 대만의 첫 민선 총통이 됐다.

대만의 첫 정당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00년 대선 때도 중국은 선거 직전 전쟁 위협을 가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 2월 대만사무판공실 명의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분할되는 중대 사변이 출현한 경우', '대만이 협상을 통한 평화통일 문제 해결을 무기한 거부하는 경우' 등의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 대선을 불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나온 중국의 무력 사용 압박은 명백히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陳水扁)을 겨냥한 것이자 대만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2000년 대선에서 천수이볜이 당선되면서 대만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대만 독립을 당 강력에 명시한 민진당은 처음으로 집권 세력이 됐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권에서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을 지낸 정치학자 쑤치(蘇起)는 저서 '양안 관계 20년의 기록'에서 "중국은 아마도 자신의 개입이 결과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싫은 결과, 즉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민진당이 정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중국은 천수이볜이 부패 스캔들로 몰락한 가운데 2008년 대선에서 안정적인 양안 관계 회복을 내건 마잉주의 당선이 유력시되었을 때는 대만 대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2016년 마잉주 총통이 물러나고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당선되고 나서 양안 관계는 다시 급랭하고 중국의 대만 압박은 다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차이 총통의 재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중국은 작년부터 대만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대만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다시 압박하는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월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일국양제 통일 방안을 받으라고 대만인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직접 던졌다.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만일의 경우 무력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의 기존 입장이기는 했지만 최고 지도자가 직접 민감한 발언을 작심하고 꺼냈다는 점에서 대만에서는 중국에 관한 경계심이 급속히 커졌다.

실제 이후 중국의 대만 압박은 군사·외교·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전개됐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과 중국 간의 경계선을 월경해 대만 전투기와 근거리서 마주하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졌고, 항공모함을 포함한 중국의 함정과 전투기들의 대만해협 등 대만 인근에 수시로 나타났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9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국의 최신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대만 유권자들을 협박하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기 했다.

또 중국은 외교적으로도 몇 안 되는 대만 수교국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대만과 단교하게 함으로써 가뜩이나 좁은 대만 외교 공간을 더욱 제약했다.

나아가 작년 8월부터는 자국민의 대만 자유 여행을 제한함으로써 대만에 연간 1조원대로 추산되는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여행객 감소는 대만의 관광 산업과 요식업,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국에 단체 여행객 제한을 가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대만 대선 D-1…中 '독립 불가' 주먹 흔들면 더 멀어지는 대만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이 같은 압박 전략은 역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보다 최대 30%포인트까지 앞서가면서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압박에 수십 년째 거듭되면서 대만인들은 이제 중국 본토의 압력에 점차 둔감해지고 오히려 반감이 커지는 분위기가 강하다.

장촨셴(張傳賢)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비우호적인 행동은 대만인에게 이미 익숙해져서 민중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줄 수가 없다"며 "반대로 이런 비우호적인 행동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더욱 키우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대만을 거칠게 압박할수록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중국의 대만 강경 대응에는 중국 본토와 대만의 분리 상태가 반세기 이상 지속하면서 대만이 '현상 추구'를 넘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만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작년 한 해 중국의 대만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선거 직전에 들어서는 중국의 대만 관련 입장 표명이 다소 잠잠한 점도 눈길을 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중국의 강한 압박이 오히려 민진당의 득표만 도와주는 결과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만 국립중산대학의 장진혁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선거가 임박한 올해 1월 이후의 상황만 놓고 보면 과거 리덩후이, 천수이볜 총통 당선 직전과 같은 수준의 압박은 없던 점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