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에 빠졌다. 미국이 이란 군부 사령관을 폭사하고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군은 지난 3일 밤 드론 공격을 감행해 이란 군부 거물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사했다. 이에 이란 지도자들은 '가혹한 복수'를 하겠다며 국가적인 보복 의지를 다졌다.

5일(현지시간) 이란 정부는 핵합의에서 정한 동결·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핵합의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란 정부는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타결한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성능을 제한했다.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산을 결정하더라도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역사적인 합의였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8년 5월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합의 준수 검증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했고, 그 후 1년간 핵합의 기준을 지켰음에도 유럽마저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란은 지난해 5월부터 4단계에 걸쳐서 핵합의 이행 수준을 축소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몰래 제조한다는 불신을 근거로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규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이란 위협을 명분으로 항공모함 편대를 걸프 해역에 배치했다. 이후 유조선 피격과 미군 무인기 피격, 이란 유조선 억류 등의 사건이 반복되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불붙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라크 키르쿠크 미군 주둔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1명이 숨졌다. 미국은 로켓포 공격을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이들의 군사시설 5곳을 전투기로 폭격해 25명을 폭사했다.

이에 반발한 시아파 민병대와 추종세력이 지난달 31일과 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했고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폭격해 살해했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며 전쟁 준비에 나섰고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4일 미군 주둔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더욱 막대한 응징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어떠한 미국 사람 또는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한 미군의 보복 공격 규모가 '무인기 격추에 대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시킨 바 있다. 불균형적 대응을 강조한 것은 당시 제시했던 비례의 원칙을 폐기하고 피해 규모보다 큰 공격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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