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축구 인생, 베트남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을 끝낸 뒤 선수들을 이끌고 14~22일까지 일정으로 통영 전지훈련에 나섰다.

지친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과 재충전의 기회도 주고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19 AFC U-23 챔피언십 준비가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다.

박 감독은 17일 통영실내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남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선수들의 체력 회복과 부상 치료를 위해 통영을 찾았다"라며 "항상 베트남 선수들을 환영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 일문일답.

-- 경남FC 감독을 맡았던 이후 오랜만에 통영에 온 소감은.

▲ 경남FC 초대 감독을 지낸 뒤 전남 드래곤즈와 상주 상무 등을 지휘하면서 전지훈련으로 통영을 자주 찾았다. 경상남도 산청이 고향이다. 한국에 온 게 기쁘다. 베트남 선수들을 환영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 전지훈련지로 통영을 선택한 이유는.

▲ 베트남 U-23 대표팀이 최근 끝난 동남아시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60년 만에 남자 축구 우승을 해냈다.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부상 선수들도 있어서 체력 회복과 부상 치료 차원에서 통영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했다. 선수들도 재충전이 필요한 때다. 한국은 저의 고국인 만큼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서 추운 날씨지만 통영에 왔다.

동남아시아축구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 동북아시아 팀들과 간격은 있지만 모두 `탈(脫)동남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번 전지훈련은 휴식의 의미가 큰가.

▲ 제가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함께 맡고 있다. 동남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과 겹쳐서 그동안 U-23 대표팀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AFC U-23 챔피언십은 엔트리가 23명이다. 필드 플레이어 25명과 골키퍼 3명을 데리고 왔다. 출전 기회를 덜 받았던 선수들은 정상 훈련을 치르고, 부상이 있는 선수들은 회복 훈련에 집중할 것이다. 선수들을 A, B, C 그룹으로 나누어 훈련할 예정이다.

-- 올 한해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는 `1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 1년을 버티고 나니까 계약 기간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018년이 끝날 즈음에는 `2019년은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일들은 추억일 뿐이다. 다시 도전해야 한다. 이것이 축구 감독의 인생이다.

-- 축구 철학은 어떤 것인가.

▲ 깊은 축구 철학이 있었으면 3부리그 팀을 맡다가 베트남에 갔겠는가(웃음).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베트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목표를 이뤘다는 것은 좋은 선수를 만났기에 가능했다.

선수들도 감독을 믿고 따라와 줬다. 이영진 코치, 김한윤 코치 등 한국인 코치를 비롯해 베트남인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좋은 코치들은 만난 것도 행운이다.

-- AFC U-23 챔피언십에서 8강에 진출하면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있는데.

▲ 우리는 조별리그 통과가 우선이다. 목표가 조별리그 통과다. 한국은 당연히 조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같이 조 1위를 하면 8강에서 안 만날 수도 있다(웃음).

--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 신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다. 너무 많이 재는 것 같다(웃음). 감독은 1년 이상 쉬면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만큼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동남아시아 팀이든 중국 팀이든 타국에서 감독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언어와 관습이 너무 다르다. 스스로 잘 판단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야 한다. 연봉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 휴식을 취한다고 했는데 선수들과 통영도 둘러볼 생각인가.

▲ 휴식한다고 하니까 놀러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아니다. 재충전을 위해 통영에 온 것이다. 선수들도 고단백 음식의 섭취가 필요한 시점이다. 식단 문제는 의무팀에서 피지컬 코치와 관리한다. 이번 전지훈련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나도 그런 점을 잠시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베트남에서 축구 감독을 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을 것이다. 베트남 축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술적으로는 한국보다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대한 `헝그리 정신`이 강하다.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싸우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한국의 기성세대들이 볼 때는 몇십년 전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추억을 주는 듯하다.

-- 다음에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은 생각도 있나.

▲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한국에는 나보다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나에게 요청도 오지 않겠지만 오더라도 생각은 물론 욕심조차 없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재계약을 한 만큼 나의 축구 인생을 베트남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 계속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

▲ 베트남 선수들은 장단점이 있다. 전체적인 전력은 한국이 낫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없는 정신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