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관광 방안 등 거론…정부, 北에 조만간 답신 보낼 듯
금강산 난제 돌파할 '창의적 해법'은…전화위복 카드 고심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떤 답변을 보낼지를 두고 고심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25일 북한이 보낸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될 것'이라는 통지문에 어떤 답신을 보낼지와 향후 대응전략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활성화로 나아간다는 기조하에 가능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활성화 해법으로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개별관광이다.

과거 현대아산이 주관한 남측 관광객의 금강산 관광은 대금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대량현금(벌크캐시) 이용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지가 지속해서 논란이 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기존의 관광 방식은 말하자면 안보리 제재 때문에 계속 그대로 되풀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심이 묻어난다.

반면 개개인이 북한에 관광을 가서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개별관광과 관련해 "관광 자체가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보리 결의의 다른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크캐시 금지 조항도 현금 지급 자체를 금지했다기보다, 안보리 결의가 금하는
거래를 '우회'하기 위한 현금 지급을 규제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개별관광도 여러 가지 해결할 쟁점이 남아 있다.

일단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촉발된 신변안전 보장 문제가 우선 과제다.

또 남측 관광객을 받기 위한 시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각종 물자와 장비 등을 북한에 반입하는 것이 제재에 걸릴 수 있다.

관광이 11년간 중단된 동안 쓰지 않은 현지 시설의 노후화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매체가 지난 23일 게재한 김 위원장의 금강산 시찰 사진에서 벽면에 심하게 녹이 슨 해금강호텔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철거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쟁점'이 된 만큼, 시설 문제를 큰 틀에서 열어놓고 접근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상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분법적으로 이해하실 사항이 아니라 금강산관광사업이 진행돼 오는 과정에서 개보수가 힘든, 다시 활용하기 힘든 시설도 있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려면 금강산 지역을 50년간 임차하고 독점권을 가진 현대아산과 협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간 전면 개보수를 추진해 온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상설면회소 개소를 위해 금강산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면회소 수리 문제는 본격적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적극성을 보인 바 있다.

고향 방문 차원에서 이산가족들의 면회소 방문이 활성화되면 금강산 지역을 남북이 공동 활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만큼, 단계적으로는 북미협상 진전 속에서 큰 틀의 관광 재개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뒤 조만간 북측에 첫 답신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소식통은 27일 "가능하면 신속히 답변을 보내려고 하지만, 준비가 좀 필요해 금명간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문서교환 방식을 제의했지만, 정부는 일단 당국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면협의 필요성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면 협의가 합의되지 않으면 문서를 통한 의견 교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문서를) 몇 번 주고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