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됐지만 끝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교수는 23일 회색 정장을 입고 뿔테 안경을 낀 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검찰 소환을 7차례나 받는 동안 한 번도 언론을 통해 모습이 공개되지 않아 포토라인을 통해 첫 노출이 예고됐었지만 이 과정을 생중계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정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얼굴을 방송사가 블러 처리해 보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사들이 정 교수의 얼굴을 비공개로 처리한 건 정 교수를 공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범죄 혐의로 구속 수감된 대법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양승태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 당시 출석 모습도 온전히 공개됐다. 지난 1월 양 전 대법관은 검은 코트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상태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통상적으로 일반인은 공인과 대조적으로 영장실질심사 때 포토라인에 서더라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경남 진주의 '묻지마 살인 사건' 범인으로 알려진 안인득은 지난 4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받았다. 당시 안씨는 군청색 점퍼에 마스크를 하고 후드를 눌러쓴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경남지방경찰청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실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안씨가 흉기 난동 도중 다쳤던 손을 치료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이 공개됐다.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씨를 협박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종범씨도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당시 최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법원에 출석했고, 모자로 가려진 부분 외의 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 채 보도됐다.

일각에서는 정 교수 변호인단이 18인에 달하는 만큼 추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 교수 측이 사진이 공개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또는 초상권 침해로 문제제기를 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초상권 침해 역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언론에서 자체적으로 모자이크를 정했다고 했는데 같은 공인으로 볼 수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얼굴과 수건으로 가려졌지만 수갑찬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났다"면서 "인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모자이크 처리 하려면 다하던지 아니면 다 밝히는 것이 인권에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배승희 로앤피플 대표변호사는 "특별히 얼굴을 가려야 할 이유도 없는데 너무 알아서 봐준 것 아닌가"라면서 "보는 시청자들도 황당했을 것이다. 방송국과 언론이 정권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반된 의견도 있었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정 교수가 공인도 아니고 형이 확정된것도 아니므로 비공개로 보도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 정유라의 얼굴공개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최순실은 국정농단의 주범이고 혐의도 확실해서 국민들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는 "다른 사건과 비교하자면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비공개에 찬성한다"면서 "여론재판해서 무죄추정원칙을 훼손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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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