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기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본인 서명은 기재하지 않았다. 연장 요청은 본인의 뜻이 아니라 영국 하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존슨 총리가 보낸 브렉시트 연장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공영 BBC도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공문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본인 서명은 기재하지 않았다. BBC는 존슨 총리가 투스크 의장을 비롯한 EU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 공문은 내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국 하원이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올리버 레트윈 하원의원(무소속)이 상정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유보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16표 차이로 가결했다.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최종 승인을 유보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브렉시트 시한을 또 다시 연장해야 한다는 노동당 등 야당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와 EU가 지난 17일 맺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은 이날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에 따라 EU에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는 서한을 이날 보냈다. 지난달 초 영국 하원에서 노동당 주도로 통과된 이 법안은 이달 19일까지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하원 승인을 얻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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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EU에 이 공문과 함께 본인 서명이 담긴 별도 서신을 보냈다. 그는 서신을 통해 “브렉시트를 지연시키는 건 명백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 지도자들에게 영국 하원의원들을 설득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존슨 총리는 서신에 다음주 초에 브렉시트 이행법률을 조속히 제출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당초 예정대로 이달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것이 존슨 총리의 계획이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추가 연장은 영국 정부와 EU의 관계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스크 의장은 존슨 총리가 보낸 공문과 별도 서신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 지 EU 정상들과 상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