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 조사를 모두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에 법조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교수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다수 드러난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의 반발 등을 의식해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신병처리를 결정한 뒤 곧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할까…법조계선 "증거인멸은 구속 사유"
3일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교수의 경우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대담함을 보인 만큼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검찰의 1차 압수수색(8월 27일)과 2차 압수수색(9월 3일) 사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를 동원해 동양대 연구실과 자택의 PC를 빼돌리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교수가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기 전 김씨와 동생 정모씨, 변호인인 이인걸 변호사 등과 함께 일종의 ‘증거인멸 대책회의’를 했다는 정황도 나타났다.

검찰이 정 교수의 추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주거 불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 세 가지다. 그런 만큼 법원도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에서도 증거인멸 혐의만으로 삼성 임직원 여덟 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연일 검찰에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검찰이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를 구속수사하는 데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말마다 대검찰청 앞에서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도 검찰에는 부담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사팀이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검찰은 정 교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의 리스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 교수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장관 소환은 정 교수 구속 여부가 결정된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을) 서면조사로 끝내기엔 부족하고 소환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아직은 먼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을 향한 정치적 압력이 강해지면 조 장관을 겨냥한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조 장관 기소를 포기하고 정 교수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