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한 시민단체가 일본 여행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한 시민단체가 일본 여행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은 7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불매 운동' 가운데 일본 정부·지자체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비행기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대마도 등 관광지가 텅텅 비어가는 등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죠.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 여파로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사진=연합뉴스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 여파로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사진=연합뉴스
과연 일본은 7월에도 여전히 '최애 여행지' 자리를 지켰을까요. 불매 운동 후 한국인 일본 여행객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일본에 안 간 대신 어느 나라에 갔을까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한국 관광 통계'를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월별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 외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 관광 수입 및 지출 등을 상세히 공개한다.

뉴스래빗은 그 중 해외 각국에서 집계한 입국 한국인 수를 취합한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에 주목한다. 국가별로 집계된 한국인 입국자 수 중 일본 입국자가 얼마나 많은지 살펴본다. 한국인 입국자 수를 제공하는 전세계 120여개국 방문자 수와도 비교한다.

한국관광공사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는 상대국의 자료 제공에 의존한다. 전 세계에 200개 넘는 나라가 있지만 그 중 입국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나라 수는 최대 120여개 정도다. 각국마다 한국인 입국자 수를 제공하는 기준이나 주기 등이 상이하다. 매월 제공하지 않고 3개월, 6개월, 1년치를 한 번에 제공한 경우 비교를 위해 월 평균 입국자 수를 계산했다.

지난 [단독] 일본, 가지 않는다? 한국인 2125만명 36개월째 여행 1위 보도에 이어 최근 발표된 2019년 7월분을 업데이트해 불매 운동의 여파를 살펴본다.
불매운동 후 일본행 한국인 줄었다?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를 공개합니다. 2019년 9월 5일엔 불매 운동 이후인 7월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일본행 한국인 감소폭이 대략 알려졌지만, 일본 외 타국을 포함한 상세 데이터가 공개된 건 최초입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월별 움직이는 그래프 확인
분석해보니 7월 들어 확실히 일본행 한국인이 줄었습니다. 2019년 7월 한 달간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은 총 56만1700명인데요. 한 달 전인 6월(61만1900명) 대비 5만200명, 전년 동월(2018년 7월, 60만7953명)에 비해서는 4만6253명 적은 수치입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해외여행객 수 확인
다만 수 년간의 추이를 봤을 때 아직 '의미 있는 감소'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일본행 한국인 수는 보통 겨울(12월~2월)에 정점을 찍습니다. 일본은 한국에게 상대적으로 '겨울 여행지'에 가깝단 뜻입니다. 2018년 여름철에도 일본행 한국인은 5월 64만여명에서 8월 59만여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죠. 불매 운동의 여파가 일본행 한국인 수에도 영향을 끼쳤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일본, 한국인 '최애' 해외 여행지?
사실입니다. 일본은 불매 운동 이후인 2019년 7월에도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입니다. 한국인 56만1700명이 7월 한 달간 일본을 찾았습니다.
일본은 최근 36개월간 한국인의 '최애 해외여행지'로 자리잡았습니다. 뉴스래빗이 2019년 6월까지의 집계 결과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여행객이 줄어든 7월에도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간 베트남(32만1493명)과도 24만여명 차이날 정도죠. 2018년부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이 빠지긴 했지만, 중국행 한국인이 2018년 이전까지 계속 감소세였던 만큼 일본보다 많이 찾았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7월, 일본 대신 간 나라는 어디일까
베트남, 태국, 대만입니다. 이전부터 한국인이 일본, 중국 다음으로 많이 찾던 나라들입니다. 일본행 한국인이 한 달 새 61만1900명에서 56만1700명으로 92% 수준까지 줄어드는 동안 2~4위 관광지 방문객 수가 줄줄이 늘었습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 베트남·태국·대만행 한국인이 전월에 비해 늘었습니다. 방문객 수는 베트남(32만1493명), 태국(16만6107명), 대만(7만2797명) 순으로 많았습니다.

상승 폭은 태국이 가장 컸습니다. 7월 한국인 방문자 수가 6월(14만243명) 대비 약 118% 수준으로 급증했죠. 대만이 6월(6만8770명) 대비 약 106%, 일본 다음으로 많이 간 베트남은 6월(31만4397명) 대비 약 102% 수준입니다.
한일 관광객 교류, 둘 중 누가 이득?
뉴스래빗은 지난 기사 [단독] 일본, 가지 않는다? 한국인 2125만명 36개월째 여행 1위 에서 최근 20년간의 대일 여행수지를 소개했습니다. 여행수지는 '수입 대비 지출'을 뜻합니다. 만약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쓰는 돈보다,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쓰는 돈이 많으면 한국은 흑자를 보는 식입니다.
대일 무역수지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 지출이 일본인의 한국 여행 지출보다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적자폭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18년엔 여행수입 17억7150만달러, 여행지급 51억6680만달러로 무려 3배 가까이 적자를 냈습니다.
한산한 김포공항 일본항공 탑승 수속 카운터. 사진=연합뉴스
한산한 김포공항 일본항공 탑승 수속 카운터. 사진=연합뉴스
이는 곧 최근 6년간 일본 관광업의 한국인 의존도가 높아졌단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최대치로 높아져 있던 한국인 관광객 이탈로 일본 관광업계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불매 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 공개될 8월 및 9월 해외여행객 데이터에서 일본 여행객의 비중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팩트체크] 일본여행 한달만에 5만200명↓…'불매' 일본 대신 어디 갔을까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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