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회동 후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그 시기를 ‘2~3주 내’라고 밝혔다. 이번주가 판문점 회동 후 3주째다. 미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실무협상을 이번주에 열자’고 제의해놨지만, 아직 북한으로부터 명확한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실험을 하던 사람은 더 이상 없다”며 “(대신) 나를 만나 너무도 행복해하던 사람은 있다”고 김정은을 묘사했다. 그러면서 “많이 웃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는 나를 봤을 때 미소를 지었다”며 “그는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판문점 회동 등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북한에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고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친트럼프’ 성향 매체 ‘아메리카 퍼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며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이 갖춰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정권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반면 일본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3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지하게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알게 되기까지는 제재 완화는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돌아보면 조기에 압력을 낮춰도 요구하는 결과는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미 재무부는 12일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를 내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금융거래 주의보’에서 “북한이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척결과 관련된 중대한 결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성명을 소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