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성공에도 공식이 있다…핵심 네트워크 공략하면 20년 빨리 성공"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며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그래서 성공의 비결을 운으로 돌리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있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의 대가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운’이라고만 여겨왔던 성공의 비밀을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그랬더니 성공한 이들의 다섯 가지 패턴이 나왔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잴 수 없을 때는 네트워크가 원동력이 된다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은 무한하다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성공하면 한 사람이 공을 차지한다 △노력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등이다. 이를 풀어 쓴 책이 《성공의 공식 포뮬러》(한국경제신문 발간·사진)다. 지난 5일 미국 보스턴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이 책은 형편없는 실력을 지닌 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책은 아니다”며 “최고의 실력을 갖췄을 때 더 잘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 창시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지난 5일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성과가 중요하지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는 네트워크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특파원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 창시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지난 5일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성과가 중요하지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는 네트워크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특파원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원하지만 방법은 잘 알지 못합니다.

“성공은 그냥 일어날 수 없습니다.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 성과가 있다고 성공할까요. 성과는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또 어떤 그림을 잘 그리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사회가 얼마나 그 성과를 인정하는지에 관한 겁니다. 즉 성과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성공은 사회적인 것입니다. 이를 알아야 성공에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책을 썼습니까.

“성공을 다룬 책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책들은 성공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을 부를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한 이들을 조사했더니 오전 6시에 기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성공의 핵심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수만 명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는 성공한 사람과 함께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분석해야 합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가 한 일입니다. 수천 개 직업군의 수백만 명을 분석해 성공한 사람과 덜 성공한 사람의 특성을 정량화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패턴을 다섯 가지 법칙으로 요약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을 보면 성과가 우선이고, 그다음 네트워크를 만들라는 것인가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과가 성공을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분야라면 네트워크가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성과엔 두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하나는 스포츠 등 성과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테니스를 예로 들어봅시다. 경기에서 계속 이긴다면 테니스 선수로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량할 수 없는 성과가 더 많습니다. 연구, 예술, 저술 등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좋은 연구자인지, 기자인지, 저술가인지 정확히 측정해 말할 수 없지요. 이런 경우 성공을 규정하는 건 네트워크입니다. 그 분야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더 인정받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좋은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학교부터 명문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서울대에 입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 행해진 연구 결과를 보면 많은 인재가 명문대를 졸업한 건 그 학교가 최고의 사람을 키워내서가 아닙니다. 이미 최고인 사람들이 그 학교에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비리그 지원자를 대상으로 대학에 졸업한 지 10년 후 소득을 조사했더니, 학교보다 대학 입학 당시 받은 점수가 오히려 더 큰 결정요인이었습니다. 즉 특정 학생이 높은 수준의 지식과 야망이 있다면 학교는 성공에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미술 분야를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미술도 성과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분야지요. 분석 결과 미술에서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네트워크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은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 간의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특정 예술가가 어떤 갤러리에서 전시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20년 정도 성공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고가 그림들을 분석했더니 대부분 뉴욕의 구겐하임박물관,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등과 스페인의 레이나 소피아, 프랑스 퐁피두센터 등에서 전시를 거치더군요. 그리고 이들 미술관에 전시하려면 그들과 연결된 더 작은 갤러리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큐레이터들은 유명한 갤러리에서 그들을 인정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즉 미술가가 큰 갤러리와 연결된 작은 갤러리부터 접근한다면 결국 MoMA 등에서 전시회를 열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술뿐 아니라 과학, 비즈니스 등 성과를 정량화하기 힘든 영역에서 성공하려면 이렇게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를 찾아야 합니다. 아무런 네트워크나 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네트워크 분석으로 봤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까요.

“우리가 정치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적용해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남미 사례를 분석했더니 거의 언제나 소셜미디어를 지배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더군요.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소셜미디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성공엔 운이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것 아닌가요.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은 운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수로 배양접시를 덮지 않아 페니실린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플레밍은 그런 실수를 한 최초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과학자도 실수를 했지만 그런 실패에서 큰 발견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행운은 그것을 활용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우선은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 책은 형편없는 실력을 지닌 사람을 성공으로 이끄는 책이 아닙니다.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일단 당신이 성과를 낸 뒤 그 성과를 통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성공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발견이 흥미롭습니다.

“기존 여러 연구에 따르면 30대 이상인 과학자들은 큰 발견을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1900년부터 모든 과학자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창의력과 나이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든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나이와 관련이 있는 건 생산성입니다. 나이가 들면 논문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결론은 논문을 쓰는 일이 줄기 때문에 큰 발견을 할 기회가 감소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노력을 계속 유지하는 겁니다.”

▷한국 과학계에 조언할 말이 있나요.

“저는 한국 학생들을 여러 명 가르쳤고, 한국도 꽤 자주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위계적이면서 성과지향적인 사회입니다. 제 연구 결과 중 하나가 과학 분야의 성과는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퍼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과학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는 한국보다 훨씬 전문적 네트워크 속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성공에도 공식이 있다…핵심 네트워크 공략하면 20년 빨리 성공"
■바라바시 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창시한 세계적 과학자. 1967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헝가리인으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28세 때 미 노트르담대 교수로 임용됐으며, 32세에 석좌교수가 돼 대학 내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그는 1999년 월드와이드웹, 온라인 커뮤니티, 휴대폰 연락처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구해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네트워크에서 각 점(노드)의 연결 수준은 정규분포처럼 중간 집단이 가장 많고 양 옆부분이 적은 게 아니라, 극소수에 연결이 집중되고 대다수는 연결 수준이 낮다는 이론이다. 이 같은 개념을 책으로 정리한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4년 복합계연구소를 세웠으며 2006년 노스이스턴대로 옮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약력

△1967년 루마니아 출생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 졸업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 박사
△IBM 왓슨연구소 근무
△미 노트르담대 교수, 노스이스턴대 교수 겸 복잡계연구소 소장
△하버드대 의과대학원 의학과, 헝가리 중부유럽대 겸임교수
△미 물리학회 펠로, 헝가리 과학한림원 회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우수 논문상인 ‘2008 코차렐리 상’ 등 수상


보스턴=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