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참사를 막으려면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낮춰야 한다.”(경영계)

“최저임금은 아직도 낮다. 내년엔 1만원을 실현해야 한다.”(노동계)

경영계가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마이너스 인상’을 제안할 예정이다. 마이너스 인상안이 등장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5.8%) 후 처음이다. 그만큼 경영계가 현재 경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최저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2일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에서 19.8%를 올린 금액이다. 노동계가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안함에 따라 보름가량 남은 최저임금 도출까지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맨 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에 반발해 6차 전원회의 참석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맨 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에 반발해 6차 전원회의 참석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경영계 ‘마이너스 인상’ 제안

경영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 경영계 위원들은 3일에 최초 제시안을 내기로 했다. 당초 ‘동결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경영계는 마이너스 인상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가 인하 카드를 준비하는 것은 지난달 26일 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에 대한 표결 결과가 17 대 10으로 부결된 것과 무관치 않다. 공익위원이면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준식 위원장까지 노동계와 뜻을 같이하자 경영계,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에 당초 동결안 제시를 유력하게 검토했던 경영계가 ‘마이너스’ 제안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 구분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으로도 시행이 가능하지만 2017년부터 3년째 이어온 경영계 요구에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업종별 구분적용 반대 이유로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가 우려되고, 실태조사 데이터가 부족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최저임금위는 물론 정부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실태조사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하 주장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내년 최저임금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협상 당시 경영계는 사상 처음으로 5.8% 인하를 요구했다. 노동계는 당시에도 28.7%라는 고율 인상을 주장했지만 최종 인상률은 2.75%에 그쳤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한국노동연구원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총 311만 명(전체 임금근로자의 15.5%)에 달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100명 중 한두 명이 법을 어긴다면 처벌해야겠지만 수십 명이 지킬 수 없다면 그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내려라" VS 노동계 "1만원으로 올려라"
노동계 “경제, 1만원 감당 가능”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9.8% 오른 시급 1만원(월 환산액 209만원)을 제시했다. 노동계 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이 적정하다”며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계층 규모가 감소하고 임금불평등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7차 전원회의에는 노동계 위원(9명)과 공익위원(9명) 등 18명만 참석했다. 지난달 26일 업종별 구분적용 안건이 부결된 것에 반발해 집단퇴장했던 경영계 위원들이 또다시 불참한 가운데 노동계 위원들만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것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