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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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일본 디지털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게임, 웹툰, 간편결제 등 모바일 서비스 분야다.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디지털 시장이 한국 IT 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 게임 매출 1위 달성

넷마블이 지난 4일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내놓은 모바일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출시 10일 만에 일본에서 매출 1위(애플 앱스토어 기준)에 올랐다. 일본의 인기 만화가 원작인 게임이다. 한국 게임이 일본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은 2017년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이후 2년 만이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20일 기준 구글플레이(4위)와 앱스토어(6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국내 1위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일본에 내놨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현지화 등을 통해 인기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펄어비스도 2월 ‘검은사막 모바일’을 일본에 출시했다. 한때 매출 2위(애플 앱스토어 기준)를 기록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은 고질라 등 일본의 유명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으로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이 막힌 상황에서 일본 시장을 노린 게임이 증가했다”며 “일본은 인기 게임의 수명이 길고 1인당 결제액이 큰 것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만화 시장 주도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은 한국 IT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만화 앱(응용프로그램) 매출 1위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라인망가’가 차지했다. 지난해 218억엔(약 235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였다. 같은 기간 매출 58억엔(약 616억원)을 기록했다. 4위도 국내 업체인 NHN의 코미코(15억엔)였다. 이들 업체는 부분 유료화 등 한국형 웹툰 수익모델을 도입하면서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IT 업체들의 경쟁이 시작된 또 다른 분야는 간편결제다. 다만 이 시장은 주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대상이다. 지난해 방일 관광객은 750만 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일본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오프라인 상점에서 네이버 앱의 ‘QR결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방일 관광객은 환전 없이 원화로 네이버페이에 충전하고 현지 매장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NHN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도 다음달부터 일본에서 쓸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라인페이, 페이코는 선불카드업체 인컴재팬과 라인페이의 가맹점을 활용한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도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