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수막걸리의 ‘전통주 만들기’ 일일 강의.
서울장수막걸리의 ‘전통주 만들기’ 일일 강의.
년 전 막걸리 카페가 유행했다. 보라색, 분홍색 술에 청량감을 더한 다양한 막걸리를 젊은이들에게 팔았다. 막걸리를 대중화하겠다고 나선 젊은 창업자들의 시도였다. 하지만 유행은 곧 시들해졌다. 서울 홍대, 이태원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 몇몇 점포가 남아있지만 쉽게 찾기 힘들다.

젊은 소비자를 위한 막걸리 시장에 이번에는 기존 대형 주류업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2030세대를 겨냥한 별도의 브랜드 제품을 내놓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체험 클래스·프랜차이즈로 2030 잡기

국내 1위 막걸리업체인 서울장수막걸리는 지난 12일 서울 망원동 사옥에 막걸리 체험관을 열었다. 다양한 막걸리를 직접 빚어 보고,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막걸리 제조법과 역사도 공부할 수 있다. 망원동은 몇 년 새 20~30대 사이에서 ‘망리단길’이라 불리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장수막걸리는 젊은 소비자들을 잡을 기회라고 판단해 체험관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를 직접 빚을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는 이번달 예약이 다 찼다. 장수막걸리 관계자는 “일정이 나오지 않은 다음달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스에 참여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이 20~30대다.

장수막걸리는 앞서 젊은 층을 겨냥해 22년 만에 달콤한 맛을 더한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내놨다. 도수를 낮추고,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하는 ‘인생’이란 단어를 브랜드명에 넣었다. 인생막걸리는 출시 8개월 만에 약 250만 병이 팔렸다.

1925년부터 지평막걸리를 생산한 지평주조도 젊은 층 공략을 위해 도수를 낮춘 ‘지평 생막걸리’를 내놨다. 기존의 알코올 도수 6도를 5도로 낮췄다. 20~30대들이 순한 술을 찾는 트렌드에 맞췄다. 매출도 늘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50억원을 기록했다.

막걸리는 아니지만 전통주를 주 메뉴로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젊은 층의 모임 장소로 자리잡은 곳도 있다. ‘산사춘’으로 알려진 배상면주가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주요 대도시 번화가에 미니 양조장 콘셉트의 막걸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서울 양재점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 매장 25개를 운영하고 있다.

홈술 여성 늘고 개성 찾는 이들 증가

막걸리 등 전통주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값싼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탁주회사 관계자는 “막걸리는 소주, 맥주에 비해 주세가 낮아 가격도 싸기 때문에 그저 저렴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며 “이를 벗어나야 밀레니얼 세대를 끌 수 있다고 보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막걸리 등 전통주 시장은 정체 상태다. 연간 8000억원 정도로 정체 상태에 있다. 막걸리도 2011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막걸리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가 젊은이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시도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취향과 맞아떨어져 새로운 막걸리 수요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술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소비자들이 증가한 것도 막걸리 등 전통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온·오프라인 판매 데이터와 소셜 웹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20~30대 여성층의 전통주 소비가 늘었다. 나이대별 여성 비중은 30대 여성이 40.0%, 20대는 9.7%였다. 이는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1~5월 이마트에서 막걸리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증가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