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회장의 열정 '서른살 이건음악회' 키웠다
건축자재기업 이건산업과 이건창호, 이건홀딩스가 매년 개최해온 ‘이건음악회’가 올해로 30년째를 맞았다. 창업주인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78·사진)의 ‘음악사랑’을 모티브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시작한 행사다. 기업이 주축이 돼 무료로 여는 클래식 공연 중 가장 오래된 음악회이기도 하다.

다음달 5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전국 5개 주요 도시에서 이건음악회가 열린다.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을 주축으로 구성한 프로젝트그룹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 앙상블’을 무대에 초청했다.

이건은 1980년대 후반 합판 제조업에서 큰 이익을 내며 목재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1950년대 6·25전쟁으로 어려웠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봤던 음악공연을 회상하며 ‘무료 음악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첫 이건음악회 무대는 1990년 10월 인천에 있는 이건산업 공장이었다. 관객은 임직원과 가족들이었다. 당시 내한한 프라하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 공연에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자 박 회장은 “10년 동안 꾸준히 열어보자”고 다짐했다. 이후 초청 관객을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서울과 인천 외에도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해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잡게 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해왔다. 세계적 클라리넷연주자 샤론 캄(22회), 미국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24회),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26회) 등 세계 13개국, 총 29개 팀이 박 회장의 초청에 응했다. 누적 관객도 30만 명에 달한다.

박 회장은 음악 꿈나무들이 초청 연주자들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마스터 클래스’ 운영도 시작했다. 또 장애인,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음악영재 등을 위한 후원을 병행해왔다. 올해는 인천혜광학교 시각장애 오케스트라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열 예정이다. 남다른 예술 사랑으로 잘 알려진 박 회장은 2005~2013년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을 지낸 데 이어 현대미술관회 회장(2009~2011년), 예술의전당 이사장(2012~2015년) 등을 역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