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20회 철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철의 날은 국내 첫 고로인 포스코 포항 1고로에서 1973년 쇳물이 생산된 6월 9일을 기념한 날이다. 철강업계의 생일 격인 날이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정지 처분으로 고로에 불이 꺼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는 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손봉락 TCC스틸 회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최정우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정승일 산업부 차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이태준 고려제강 부회장, 이민철 철강협회 부회장. /한국철강협회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는 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손봉락 TCC스틸 회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최정우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정승일 산업부 차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이태준 고려제강 부회장, 이민철 철강협회 부회장. /한국철강협회 제공
충청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해 ‘블리더(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무단 배출 행위’를 이유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도 앞서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와 광양제철소 2고로에 대해 각각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하고, 포스코 측의 해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블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설치된 비상밸브다. 고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문제는 2개월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할 때 발생한다. 고로에 수증기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올라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리더를 길게는 1시간까지 열어놓는다. 지자체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한 상황에서 임의로 블리더를 여는 것을 불법이라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제철소도 블리더 개방을 통해 고로 정비 작업을 하는데 한국만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염물질 배출량에 관한 논란도 있다. 1시간씩 블리더를 열면 처음 5분가량은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되지만 그 이후엔 대부분 수증기라는 설명이다.

뾰족한 대책도 없는 형편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세계적으로도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 외에 다른 기술(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로가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산 공정처럼 라인을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설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로는 1년 내내 내부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유지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철강업계는 고로가 5일 이상 가동되지 않으면 쇳물이 굳어져 복구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2고로가 3개월 멈춰 서면 보수 비용을 빼고 매출 손실만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로 복구에 실패하면 철거와 재건설 이후 가동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로 1기(400만t 기준)당 건설비용은 4조원에 달한다.

국내엔 포스코 포항(4개)·광양(5개)과 현대제철 당진(3개) 등 제철소 세 곳에 고로 12기가 운영 중이다. 모두 블리더 개방 방식을 써 관련 규정대로라면 무더기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행사장에서 “산업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