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 주최자인 마이클 밀컨(왼쪽)과 비전펀드의 라지브 미스라 최고경영자(CEO).
밀컨 콘퍼런스 주최자인 마이클 밀컨(왼쪽)과 비전펀드의 라지브 미스라 최고경영자(CEO).
“신산업 투자는 지능지수(IQ)가 아니라 감성지수(EQ)로 해야 한다.”

세계 최대 벤처펀드인 비전펀드를 운용하는 라지브 미스라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19’에서 한 말이다. 비전펀드는 2016년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해 설립됐다. 이 펀드는 1차로 850억달러(약 98조8000억원)를 모금해 800억달러가량을 우버, 위워크, 디디추싱, OYO, 쿠팡 등 80개 기업에 투자했다. 또 두 달간 비슷한 규모의 2차 펀드 모집을 끝낼 계획이다.

미스라 CEO는 “우리는 모든 산업에서 파괴자를 찾는다”며 “투자 대상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할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손 회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창업기업을 너무 분석하지 마라’는 말을 전했다.

미스라 CEO는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시장 규모,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 있는 정도 등을 따지지만 CEO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EO의 자질로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배우고 사업모델을 바꿀 수 있는 ‘겸손함’, 성장하는 기업의 인적 자원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재능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꼽았다. 이와 함께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완벽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쿠팡을 변화하는 사업모델을 갖춘 사례로 들었다. 전자상거래 회사로 출발한 쿠팡은 음식배달 대출 등을 망라하는 슈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스라 CEO는 자신이 투자한 80개의 회사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6~8주마다 CEO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을 재확인하고 지원한다”며 “신기술은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 회사가 서로의 실수와 성공 방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미스라 CEO는 “비전펀드가 보는 미래는 인공지능(AI)”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설립된 소프트뱅크의 사업모델이 잡지에서 유통,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바뀌었으며 지금은 AI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AI 혁명 초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의 장점은 점점 더 똑똑해진다는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어떤 산업이든 좀 더 낮은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벌리힐스=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