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성장률 3.2% 'V자 반등'…경기둔화 우려 일단 벗어나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3.2%(속보치, 전분기 대비 성장률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고 미 상무부가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2.5~2.7%)를 크게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세계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지난해 4분기(2.2%) 바닥을 찍고 급반등한 것이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3%를 넘은 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연중 성장률이 가장 낮은 편이다. 미 상무부는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 확대, 민간 재고투자와 수출 확대, 수입 감소가 1분기 성장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분기 미국의 수출은 3.7% 늘어난 반면 수입은 3.7% 감소했다. 작년 4분기 0.4% 감소했던 정부 지출은 올 1분기엔 2.4% 증가했다.

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4.2%에서 3분기 3.4%, 4분기 2.2%로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올 1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분기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2월~올 1월 35일간 이어진 사상 최장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과 글로벌 경기하강, 무역전쟁이 미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장률을 끌어올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지출 효과도 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고용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눈높이’가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3%대 성장이 재현될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전날까지만 해도 미 경제성장률을 2.7%로 내다봤다. CNBC 예상치는 2.5%였다.

벤 허존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에 대한) 불안정은 가라앉았고 경제가 회복됐다”며 “현재로선 어떤 것도 우리를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더 지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렉 영 FTSE러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발표가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독일, 한국, 일본 등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강력한 성장은 세계 경제에 보험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1분기 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기대대로 올 연간 성장률이 3%를 찍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 23일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 강연에서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가 3%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2.9% 성장한 미국 경제가 올해 2.3%, 내년 1.9%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수치가 미국의 경기 하강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1분기 수치는 확실히 예상보다 강했지만 재고 축적 덕분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를 인용, “수입 감소가 미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해외 상품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 캐슬맨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트위터에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지만 성장 속도를 재는 척도인 소비와 기업 지출의 부진은 성장 둔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썼다. 올 1분기 소비증가율은 1.2%로 전분기 2.5% 보다 낮아졌다. 기업투자(비주거 고정투자)증가율도 2.7%로 전분기 5.4%보다 둔화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설지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