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는 안재용 씨.  /마스터미디어 제공 ⓒAlice Blangero
몬테카를로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는 안재용 씨. /마스터미디어 제공 ⓒAlice Blangero
시작은 늦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앞선 사람들의 강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냈다. 2016년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에 입단한 뒤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안재용(28)의 얘기다. 그는 몬테카를로발레단이 오는 6월 8~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신데렐라’에서 주역을 맡아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내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24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고등학생 때 영화 ‘백야’ 첫 장면에서 발레리노 미하엘 바리시니코프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발레에 반했다. 발레를 배울 수 있는 예술고등학교로 전학했다. 보통 초등학생 때 발레를 시작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입문이 한참 늦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연습해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했고, 이후 해외무용단으로의 진출을 꿈꿨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김용걸 한예종 교수는 평소 모던 발레와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네오클래식에 관심이 많던 안재용에게 “네게 좋은 옷이 될 것”이라며 몬테카를로발레단 입단을 권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로 출발한 그는 입단 첫해부터 주요 배역들을 잇달아 연기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여름엔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soloist principal)’로 올라섰다. 프랑스 출신 거장으로 발레단의 안무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발탁했다. 안재용은 “마이요 감독이 한번 얘기한 부분을 그다음엔 완전히 고쳐서 갔고, 이후 제 스타일로 만들어 간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몬테카를로발레단은 2005년 첫 내한공연 이후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안재용은 이번 무대에서 “몬테카를로의 옷을 입은 한국의 무용수로서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공연작품인 마이요 감독 안무의 ‘신데렐라’에 대해선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또 동화보다도 더 동화 같은 내용으로,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안무”라며 “음악도 정확하면서 신선하게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먼 길을 달려왔지만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더 많다고 했다. “수석이긴 하지만 저는 아직 어린 무용수입니다. 늦게 시작해 부족한 점도 많고요. 끊임없이 배워가고 있어요. 이곳에서 저는 매일매일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