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는 8월 1일 강사법 시행(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앞두고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을 작성해 이달 내 대학에 배포하기로 했다. 이 매뉴얼은 교육부와 대학 및 강사 측 대표자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1차례 회의를 벌인 끝에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제작된다. 하지만 회의 과정에서 대학 측과 강사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방학 중 강사들의 임금 수준 등 핵심적인 내용은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강사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2학기 강사 채용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반쪽 합의…대학·강사 모두 불만
23일 교육부 및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TF는 지난 20일 11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쳤다.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강사법 시행령에서 정하지 못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운영해왔다. 교육부는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매뉴얼을 작성해 이달 내 대학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측과 강사 측은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회의 내내 의견 차이가 커 강사의 근무 조건이나 임금 수준 등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학 중 강사의 임금 수준이 대표적인 예다. 강사법은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해 방학 중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 내용은 빠져 있다. 대학과 강사 측 모두 매뉴얼을 통해 어느 정도 기준선이 마련되길 원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TF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서로의 의견 차이가 커 핵심 현안은 대부분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TF를 통해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게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령을 만들 때도 TF를 꾸렸지만 대학과 강사 양측의 의견 대립이 커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교무팀장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법을 제정해놓고 세부 사항은 당사자끼리 TF를 통해 합의하라고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 매뉴얼은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제정된다 해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들은 당장 2학기 학사 일정을 추진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강사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2학기 강의를 맡을 강사 채용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학들은 4~5월이면 2학기 강의 계획을 확정하고 강사를 채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강사 채용은 5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강사제도 매뉴얼이 이달 내에 나오더라도 고용계약서를 마련하고, 채용 규모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다.

강사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시간강사로 구성된 민주노총 산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은 “강사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대학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며 “이미 2만 명의 시간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이 대학 측에 전달되면 대학의 강사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