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아키히토 일왕 퇴위와 다음달 1일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일본에선 4월 27일부터 10일 연속 휴일을 맞이한다. 새 일왕 즉위일 전후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주말과 헌법기념일(한국의 제헌절), 어린이날(6일 대체휴일), 쇼와의 날(히로히토 전 일왕 생일) 등 기존 국영일 사이의 공백 기간을 메워 사상 최장기 연휴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일본 내에선 열흘간 1조엔(약 10조원)대 소비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日 10일 연속 '황금휴일' 특수…숙박비 5~10배 올랐어도 줄줄이 매진
여행 관련 산업은 최대 대목을 맞이했다. 일본 유명 관광지역은 2~3개월 전부터 주요 숙박·교통편 예약이 마감됐다. 요금도 껑충 뛰었다. 주요 여행사가 운영하는 도쿄에서 가까운 가마쿠라 지역 당일 버스투어 상품은 이번 연휴 기간에 평소의 다섯 배 이상인 1인당 2만5000엔(약 25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전석 마감됐다. 연휴 이후에도 새 일왕 즉위 기념으로 평소의 두 배 이상 가격이 책정됐다. 홋카이도, 오키나와, 교토, 가루이자와 등 유명 관광지는 평소 대비 10배 이상 숙박비 등이 뛴 경우도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올해 연휴 기간 국내외로 여행하는 사람이 246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휴 기간 해외 여행자 수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66만2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해외 여행자의 6분의 1가량(10만8000명)이 한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집계돼 한국이 최다 목적지로 이름을 올렸다. 초장기 연휴인 만큼 유럽 지역으로 관광 계획을 짠 수요도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연휴 기간 일본인 여행객의 해외여행 관련 소비는 전년 대비 8.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주요 항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 국내선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했다.

10일 연속 휴일 동안 일본 내 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린맥주 등 주요 주류업체는 이달 생산량을 예년보다 10% 이상 늘렸다. 소고기, 계란 등 주요 농수산물 공급량도 전월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시카노 다쓰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장기 연휴로 전년 대비 여행·음식 등 소비가 전년 대비 9265억엔어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도 일본 내 여행 증가로 연휴 기간 소비가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닛세이기초연구소도 토·일요일이 아닌 휴일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여행과 음식, 레저 등 ‘생활오락 관련 서비스’ 분야의 1개월당 생산량이 0.18%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 연휴가 끝난 뒤에는 ‘연휴 기간 과소비를 했다’는 후회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요 생산시설의 가동이 멈추는 것도 부담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일본 산업계가 연휴 기간 4.6%가량 감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