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말도 많고 탈도 많은…MMORPG에 몰두하는 게임업계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가 풍년이다. MMORPG는 다수의 유저들이 온라인을 통해 특정 캐릭터의 역할을 맡아 스토리를 진행하는 역할 수행 게임(RPG·Role Playing Game)을 말한다. 같은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다양한 스토리와 콘텐츠가 장점이다.

MMORPG는 콘텐츠 개발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하드코어 유저(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에 돈을 쓰는) 참여가 많고 플레이 시간이 길어 유저당 평균 결제금액(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ARPPU)이 높다. 쉽게 말해 게임업체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주는 게임 장르라는 뜻이다.

18일 기준 구글 플레이(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 90%가 사용하는) 최고 매출 10위 가운데 MMORPG는 5종에 이른다. 최고 매출 5위권 안에는 4종의 게임이 MMORPG다.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브롤스타즈'가 유일하게 MMORPG가 아니다.

최고 매출 1위 '리니지M'과 2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는 대표적인 MMORPG다. 두 게임은 오랜시간 매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엔씨소프트넷마블이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들 게임 덕분이다. 4위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5위 검은사막 모바일(펄어비스)도 MMORPG다. 사전 예약자 420만명으로 기대를 모은 넥슨의 트라하 역시 어김없이 MMORPG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MMORPG 쏠림 현상이 국산 게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가속화시켰다고 평가한다. 게임 중독,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이 MMORPG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르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말한다.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업계도 MMORPG 쏠림 현상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당장의 수익을 위해 MMORPG를 포기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든든한 수익원(MMORPG) 없이 새로운 시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출시된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는 좋은 시도다. 듀랑고의 역시 MMORPG로 분류되지만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기존 MMORPG와 차별화된다.

듀랑고 역시 부분유료화를 적용하고 있지만 아이템 판매에만 집중하는 양산형 MMORPG와는 다르다. 듀랑고는 비록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높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제2, 제3의 듀랑고를 기대하는 이유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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